예상됐던 일이지만, 10일 중앙일간지에서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를 다룬 기사제목은 대부분 ‘화염병 시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9일 저녁 두 시간여에 걸친 경찰과 시위대간의 충돌은 전국노동자대회 본행사 이후에 이뤄진 일이다. 8일 전야제로 시작된 이날 전국노동자대회는 최근 잇달아 목숨을 끊은 노동자들을 추모하고, 이들의 죽음의 원인이 된 손배가압류 폐지,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주장하는 자리였다. 기사라는 것이 원래 최근 시점부터 역으로 서술되는 것이 기본이라 할지라도 대부분의 언론이 ‘화염병이 등장한 폭력시위’를 기다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폭력시위’가 없었다면 민주노총의 전국노동자대회 기사가 어느 정도의 분량으로, 어떤 위치에 실릴 수 있었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지난 6일 민주노총의 1차 총파업 집회를 다룬 중앙일간지들의 단신기사들을 기억해볼 때 그나마 이번 전국노동자대회 기사는 ‘노동자들의 분노’의 수준은 보여준 기사가 아니었나 생각해볼 따름이다.

지난 6일 집회에서도 ‘폭력’은 있었다. 경찰은 일몰시간 전인 5시께 행진대오 측면에서 일방적으로 시위대를 퇴로도 없는 인도로 밀어붙였다. 무방비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넘어지면서 다쳤고, 쇠파이프와 화염병도 없었던 이들이 항의에 나섰으나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방패와 곤봉이었다. 수만명의 집회 참가자들은 속수무책으로 해산당했다.

언론이 자극적인 것을 원하는 속성은 이해한다. 그런데 왜 보수언론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던 노동자들의 죽음보다도 ‘시위대의 폭력성’이 그렇게도 자극적이라고 생각하느냔 말이다.

송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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