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하고 실명은 싣지 말아 주세요. 공단 관계자들이 보면 계약해지 될 지도 몰라요."
9일 서울 노량진 서울공고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근로복지공단비정규직노조 조합원 ㅈ씨가 인터뷰를 요청하자 먼저 이렇게 말한다.

공정한 공채 기회 제공을 위해 정규직 공채시험을 파업 종료 이후로 연기해 달라는 노조 요구에도 불구, 공단 쪽이 공채시험을 강행하자 노조는 이날 시험장소인 서울공고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였다.

ㅈ씨도 애초 이날 정규직 공채시험에 접수한 시험대상자이다.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파업농성 중이던 일부 조합원들이 시험을 치기 위해 귀가하기도 했지만 ㅈ씨는 고사장에 있지 않고 정문 앞 시위대에 서 있는 것이다.
그는 "대부분 여성 조합원들이라서 장기간 농성에 지쳐 잠시 쉬러가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귀가했다"며 "시험치려고 귀가한 동료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가 근무하는 지사에서 제가 근무평가가 제일 좋아요. 근무평가가 50%를 차지하는데 오늘 시험 쳤으면 붙었을 거라고 확신해요. 하지만 저 혼자 정규직 되면 뭐해요. 이용석 열사의 뜻은 그게 아니었잖아요."
그는 이날 아침 며칠 전까지 파업에 참가했던 동료가 시험을 치르기 위해 고사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고 한다.

"이용석 본부장 영전 앞에서 함께 눈물을 흘렸던 동지였어요. 그런 친구가 열사가 그토록 벗어나고자 했던 노예의 굴레로 다시 들어가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팠어요. 붙으면 다행인데, 떨어지면 양심의 가책을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ㅈ씨는 자신을 비롯해 비정규직 동료들의 삶을 공기에 비유했다.
"누가 그러더라고요. 우리들은 100%의 공기 중에 30%만 먹고 있는 것이라고. 전에는 30%의 공기만 들이 쉬어도 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파업을 하고 이용석 동지가 죽은 다음부터는 진짜 숨이 막히기 시작했어요. 지금 이 상태로 끝냈다가는 숨이 막혀서 도저히 살수 없을 것 같아요. 노동자들이 숨쉬면서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김학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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