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재 본지 논설위원
상지대 교수(법학)
ijkim@sangji.ac.kr

지난 1월 두산중 배달호씨에 이어 한진중 김주익 지회장 등 노조 활동가들의 자살과 분신이 이어지고 있다. 일련의 노동자 자결사태는 사용자의 무리한 손배,가압류 청구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인권침해적인 노동현실에 기인하고 있다.

당시 두산중공업은 노동조합과 조합원을 상대로 83억원의 손배와 63억원의 가압류, 한진중공업은 39억원의 손배와 7억4천만원의 가압류, 세원테크는 9억8천만원의 손배와 19억8천만원의 가압류 청구가 행해진 상태였다. 자료에 의하면 10월29일 현재 손배?가압류 규모는 46개 사업장 약 1,500억원이라고 한다.
노무현 정부는 출범 초기에 노동사건에 대한 손배?가압류 청구의 남용을 방지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리하여 손배,가압류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여론과 정부의 약속에 따라 일시적으로 줄어들던 손배,가압류 문제가 철도파업에 대한 정부의 손배청구와 사용자단체의 손배,가압류의 적극 활용지침에 따라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그 대상이 노동조합에만 한정되던 것이 최근에는 노조간부와 일반조합원 심지어는 보증인(대부분이 가족)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다. 그 범위도 임금뿐만 아니라 예금, 자동차, 전세금, 주택 등으로 확대됨으로써 경제적,정신적 압박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금액 또한 천문학적인 액수를 청구함으로써 노조 쪽의 민사적 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러한 손배,가압류 청구로 인하여 노동자의 헌법상 단체행동권과 단체교섭권이 심각하게 제약되고 있으며, 노동조합 활동이 위축되고 조합원과 그 가족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그 개선방안은 없는가?


‘불법파업’ 빌미되는 노조법 개정해야

원래 손해배상청구와 가압류청구는 노동사건에 특유한 제도가 아니라 일반적인 민사법상 제도이다. 일반적으로 가압류란 “금전 또는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청구권을 그대로 두면 장래 강제집행이 불가능하게 되거나 곤란하게 될 경우에 미리 일반담보가 되는 채무자의 재산을 압류하여 현상(琅狀)을 보전하고, 그 변경을 금지하여 장래의 강제집행을 보전하는 절차”를 말한다.

따라서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보전하기 위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가압류를 청구하는 것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또 노동사건에서만 손배,가압류 청구 그 자체를 금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현재 노동사건에서의 손배,가압류 청구는, 첫째, 현행법상 노동조합의 쟁의행위가 불법으로 평가되기 쉬운 법 구조를 가지고 있고 둘째, 사용자가 임의적으로 손해배상의 범위와 청구대상을 정할 수 있으며, 셋째, 사용자가 노조활동을 무력화하기 위하여 손배?가압류가 악용되고 있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그 개선방안은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함으로서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첫째, 손배,가압류 청구의 원인이 되는 불법쟁의행위를 줄여야 한다. 현재 사실상 단체행동권을 제약하여 이른바 ‘불법파업’의 빌미가 되는 노조법상의 여러 조항들을 개정하여 자유로운 단체행동권의 행사가 가능하도록 하여야 하고, 쟁의행위에 대한 민형사상 면책의 범위를 확대하여야 한다. 노동계에서는 주로 노동쟁의의 개념, 조정전치주의, 직권중재 등 각종 쟁의행위 제한규정에 대한 입법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둘째, 노조활동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손배,가압류 청구에 대해서는 현행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 규정을 철저하게 적용하여야 한다. 노동부는 손배,가압류가 남용되는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을 행하여 부당노동행위성이 인정될 때에는 사법조치를 하여야 한다.
셋째, 노동사건에 있어서 손배,가압류 청구의 요건과 절차를 개선하여야 한다.
먼저 집단적 의사결정의 산물인 단체교섭과 단체행동에 대한 조합간부와 조합원 개인의 책임을 제한하여야 하고, 노동조합에게 책임을 묻더라도 손해배상의 범위는 불법쟁의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직접적 피해에만 한정하여야 한다. 나아가 가압류 결정과정에서 대상자에게 그 사실을 통보하고 변론권을 보장함으로써 가압류 청구의 범위,대상,금액 등이 부당하게 결정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부차적이지만 신원보증인제도를 폐지하여야 한다.

결국 노조법 개정을 통한 쟁의행위에 대한 면책범위 확대, 노동부의 부당노동행위 행정의 철저 및 특별법 제정을 통한 노동사건 가압류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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