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6시간 근무 2천여통 배달

“집배원 대부분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입니다. 근무량과 시간은 정규직과 똑같지만 임금은 40~60% 정도밖에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 ㅅ우체국 집배원인 서모씨(54)를 만나기로 한 시간은 오후 5시였으나 만난 시간은 오후 8시가 훨씬 넘어서였다. 서씨는 이날이 토요일임에도 불구, 늦은 시간까지 우체국에서 업무를 봐야만 했다.


“일반 우편물이 아닌 등기우편물의 경우 하루에 집배원 한명이 배달할 수 있는 수는 많아야 100여통 안팎입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동료 한명이 등기우편물 2,000여통을 하루에 배달하다 쓰러져 병원에서 사망한 적도 있습니다”


1980년 서울의 모 우체국에서 고용집배원 업무를 시작한 서씨가 하루에 배달하는 우편물은 대략 2,000여통. 하루하루 늘어나는 과중한 업무량과 밤샘 노동 때문에 서씨는 지금 고질적인 소화불량과 근육통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도 ㅇ우체국 집배원 강모씨(56) 역시 지난 연말 밤늦게까지 우편물을 분류하다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진단 결과 간암 말기로 판명돼 현재 투병중이다. 강씨는 “98년 정부의 구조조정 지침이 내려진 직후, 우체국 인력이 감축되면서 집배원들의 업무량이 크게 늘어났다”고 밝혔다.


집배원들의 하루 일과는 보통 오전 6시30분께부터 시작된다. 이들은 출근하자마자 당일 도착한 우편물을 분류한 뒤 3∼4개의 꾸러미에 우편물을 담아 배달을 시작한다. 우편물 꾸러미는 40㎏ 정도이다. 배달을 완료하고 우체국으로 다시 돌아오는 시간은 오후 5∼7시 사이. 다음날 아침 배달할 우편물을 분류하는 작업을 마치면 시간은 밤 10시, 11시를 훌쩍 넘기기 일쑤다.


이렇듯 하루도 쉬지 않고 계속되는 장시간 노동에 최근 5년 사이 모두 200명에 가까운 집배원들이 질병과 교통사고 등으로 사망했고 1,000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 이 중 산재나 공상(公傷)으로 처리된 사안은 10%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전국의 집배원은 1만4천여명. 지난 91년과 비교해 업무량은 2배 이상 늘었지만, 수는 20% 증가에도 못미쳤다.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6시간인 반면 휴일은 한달에 2∼3일이 고작이다.


건강만큼이나 집배원들을 힘겹게 하는 것이 바로 비정규직 문제이다. 현재 전국의 집배원 가운데 비정규직은 50%인 7,000여명에 이른다. IMF 구제금융사태 이전 전체 집배원의 7% 정도이던 비정규직이 불과 6년 사이에 이렇게 늘어난 이유는 98년 정부 지침에 따라 현업인력 5,000여명이 우선 정리되고 그 자리에 별정직, 상시위탁직, 시간제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직이 채용됐기 때문이다.


비정규 계약직이다 보니 이들의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이들에게는 호봉제도가 적용되지 않아 장기근무에 대한 실질적인 혜택도 없을 뿐더러 정규직에 적용되는 특별상여금도 없다. 강씨는 “집배원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비인권적인 노동환경이 하루 빨리 철폐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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