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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리인하 부동산 거품 부추겨
  • 조준상 국언론노조
  • 승인 2003.11.0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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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상 전국언론노조 정책국장(cjsang21@hanmail.net)

청와대 안에서 정책실 개편 등 국정운영 쇄신을 위한 ‘몸 만들기’가 한창인 모양이다. 하지만 이보다 시급한 몇 가지 과제가 있다.

정부 의견이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마치 자기가 대통령인 것처럼 ‘어쩌구저쩌구 절대 파병해야 한다’고 떠들어댄 한승수 주미대사를 소환해 파면하는 게 그 첫 번째이다.

이런 인물을 지금까지 그대로 주미대사로 놔두는 콩가루 집안이 세상에 어디에 있나?
두 번째는, 최근 노동자의 분신?자살의 배후에 전국민주노총이 있다는 ‘기획설’을 제기한 영등포 경찰서장을 - 직위해제에 머물 것이 아니라 - 파면하는 것이다.

이 사람은 아마도 지금이 1991년 때처럼 제2의 김지하가 나타나 ‘죽음의 굿판을 거둬치워라!’고 핏대를 높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이런 끔찍한 발언을 하는 자가 경찰서장으로 있는 건 경찰이 ‘민중의 몽둥이’임을 인정하지 않는 한, 한국 경찰의 수치다.

“한은총재가 부동산 투기 부추겨”
박승 한국은행 총재에게 책임을 묻는 것도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임기가 보장돼 있는 중앙은행 총재에게 나가달라고 한다면 원칙에 어긋나는지는 모르지만, ‘교언영색’을 일삼는 박승씨가 한국은행 총재로 있는 건 나라의 불행이라는 게 개인적인 판단이다.

통화정책의 최고 우두머리로서 박 총재는 부동산 투기를 부추긴 것에 대해 책임지는 어떠한 모습도 보이지 않으며 변명거리만 찾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 5월과 7월 콜금리를 0.25%포인트씩 내렸다. 박 총재는 지난 7월 콜금리를 인하하며 “지금 시점에서 금리 인하는, 투자 촉진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부동산이 다시 움직이면 정부 쪽에서 강력한 미시적 대책을 내놓기로 합의했다”고도 밝혔다. 일종의 역할분담을 했다는 것이다.

그때 한은의 5, 7월 금리 인하가 투자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분석은 거의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금리 부담이 줄어들어 이것이 소비로 이어졌다는 증거도 없다. 그때 유일하게 분명했던 점은 낮은 금리가 주택담보대출을 부추겨 부동산 시장에 기름을 끼얹는 효과를 낼 우려가 높다는 것이었다.

* 박 총재 “~이지만” 화법의 함정
그런데 이런 사실은 망각 속에 묻히고 있다. 박 총재는 “~이지만” 화법으로 두 번의 금리 인하가 부동산 거품을 부추겼다는 책임을 빠져나간다. 조선일보 10월18일치 A18면에 실린 인터뷰 기사 ‘대입제도 바꿔야 집값 잡힌다’에서 그는 최근의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해 “저금리도 한 원인이지만, 중심 요인은 교육이다.

교육 환경 때문에 서울 강북과 지방의 부유층이 강남으로 이사하고, 돈이 없는 사람은 주민등록이라도 옮겨 놓는다”고 밝혔다. 집값 급등의 원인을 교육 문제에 돌리고 있는 것이다.
7월 한은의 금리 인하가 부동산 거품을 부추긴 것 아니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심각한 경기침체와 일부 지역에 대한 부동산 투기가 같이 있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수행은 상당히 어렵다”면서 금리 인하는 경기 부양을 위한 불가피한 조처였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가격 급등 부채질’이라는 부정적 효과만 낳을 게 뻔했던 올 5월과 7월의 금리 인하를 ‘경기부양’이라는 논리로 애매하게 변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논의의 흐름은 영 엉뚱한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금리 인상이 부동산 거품을 잡는데 적절한 수단이냐’는 고상한 논쟁이 그것이다. 지난 10월30일 한은 조사국 주최로 열린 ‘자산가격 변동에 대응한 통화정책 방향’에서는 “중앙은행이 부동산 거품을 제거하기 위해 금리 인상 카드를 쓰는 것은 외과의사가 환자 수술을 하는데 커다란 망치를 쓰는 것과 같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극히 정당한 주장이다. 이 자리에서 박 총재는 예의 그 “~이지만” 화법을 또 한번 동원한다. “최근의 부동산 문제에 대해 한은도 응분의 책임이 있다는 걸 통감하지만” 경기침체와 집값 급등이 공존하는 속에서 통화정책 수행은 어렵다는 것이다.

* 집값 급등 원인 교육 탓으로 돌리나
집값 급등의 원인을 ‘천민적 교육 시스템’에 떠넘겨온 박 총재를 향해 한국개발연구원은 지난 10월21일 ‘저금리 시대 부동산 가격과 통화?조세 정책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일격을 가했다. 집값 폭등이 “강남의 우수한 교육여건 때문이라면 전세가격 상승도 있어야 하는데 지난해 하반기 이후 매매가만 오르고 있다”며 교육 문제 원인론을 일축한 것이다.

문제는 부동산 투기에 있다는 얘기다. 대신, 연구원은 “저금리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원인으로 꼽으며, “통화당국이 인플레이션 중기목표를 현행 2.5~3.5%에서 2.0~2.5%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나름의 해법도 제시했다.

나는 인플레이션 중기목표 하향조정이라는 한국개발연구원의 해법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야말로 고용과 경제성장을 희생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은의 5, 7월 금리 인하가 저금리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부추겼음을 시사하는 분석에는 상당히 동의한다. 부동산 거품을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 수 있다고 지적하기에 앞서, 한은 책임을 냉정히 따져야 할 이유다. 올리기가 그렇게 힘든 금리를 그때는 왜 그리 무책임하게도 내렸냐는 것이다.

조준상 국언론노조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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