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청와대 이정우 정책실장의 발언으로 주목을 받았던 네덜란드 노사모델. 네덜란드는 노사갈등,저성장,고실업이라는 ‘네덜란드 병’으로부터 82년 바세나르 대타협을 통해 노사협력,고성장,저실업의 ‘네덜란드 기적’을 이룩했다며 많은 나라에서 관심을 모았던 나라다.

지난달 31일 오후 롯데호텔에서 한국노동연구원이 주최한 ‘네덜란드의 노사관계 혁신경험과 경영자의 역할’이라는 강연이 있었다. 극심한 노사, 노정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 상황에서 무엇인가 시사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많은 참가자들이 이번 강연에 주목하는 듯 했다.

특히 갈등관계에서 대타협에 이르는 변화 국면에 ‘경영자의 역할’은 어떠해야 한다는 주제는 국내에서 진지하게 논의된 바가 없는 만큼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날 강연은 한마디로 실망스러웠다. 1시간 정도 진행된 알렉산더 리누이 칸 박사(네덜란드 경영자연합단체 대표 역임)의 강연에서는 익히 들어온 ‘네덜란드의 기적’은 있었지만 ‘경영자의 역할’은 없었다.

“정부, 사회적 파트너, 개별 기업, 근로자 모두가 구조적인 향상을 위해 열심히 일했고 양보했으며 희생했다”,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후반까지 지속적인 임금 비용 안정, 공공부문 및 복지국가 비용 절감과 세금 인하, 유연성과 역동성 증대, 사회적 파트너와 좋은 관계가 네덜란드 발전의 핵심 요소다.”
임금 안정, 복지비용 절감, 유연성 증대 등 개혁 내용마다 노동자들의 양보가 필요한 사안인데 이 과정에서 경영자들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

칸 박사는 안정과 발전을 위해 양보, 희생, 협력을 해야 한다는 ‘공자님 말씀’만 하고, 이렇게 되기 위해 경영자들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네덜란드의 기적’은 그 나라만의 기적이었을 뿐인가.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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