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 때 나라경제를 결딴냈던 인물이 나라경제를 논하는 나라. 좌파정책에 나라경제가 망할 지경이라는 국회의원의 대정부질문을 대서특필하는 언론. 땅 투기 막으려 세금 올린다면 죽도록 반대하는 언론. 죽음으로 항거하는 노동자는 외면한 채 재벌 총수의 이야기만 도배하는 언론.

부자들의 사교육비만 걱정하는 언론. 파병만이 살 길이라고 참주선동하는 중앙일보 대기자.

죽은 노동자를 대신하는 노조의 기자회견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기자들은 재벌 부회장이 연 기자간담회에는 참석해 어느 신문 예외 없이 받아썼다.
이런 것들이 지난주 우리 언론을 채웠다.

한진중공업 호황 놓치는 분규?

전두환 때 경제수석을 지내고 노태우 때 재무부장관을 지냈던 사공일 현 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이 "심각한 노사문제 때문에 나라가 거덜 난다(조선 22일 B7면)"고 지껄여도 두개 면에 걸쳐 대서특필되는 나라가 한국이다.

중앙일보는 같은 날 4면에서 '좌파 정책에 경제 골병'이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한나라당 박종근 의원이 "좌파적 성향의 경제정책과 대중 인기영합 정책이 우리 경제를 멍들게 하고 있다"거나 민주당 김동욱 의원이 "정부의 권위적이고 반기업적 태도 때문에 문제"라는 대정부질문을 소개했다.

조선일보는 24일 B11면에 "다주택 중과세 형평성 논란"이란 기사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미친 듯이 치솟는 땅값을 잡기 위한 정부의 조세정책을 사회주의라고 매도하는 다른 신문의 보도태도를 넘어 서너 채씩 집 가진 부자들에게 중과세 하면 안 된다고 편들었다.

정부의 무능한 노동정책과 사용자들의 탄압에 못 이겨 목숨을 걸고 항거하는 한진중공업 노동자들 앞에 중앙일보는 25일자에 "한진그룹 4개로 분리 끝났다"는 한진 조양호 회장의 인터뷰를 기사를 덩그렇게 소개했다.

조선일보는 23일자 3면 '기자수첩'에서 위원장이 죽
어 비탄에 빠진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에게 '호황기회 놓치는 분규'라는 칼럼을 실었다.

보수언론 노동자 죽는 이유 아나?

외국의 초국적 자본들은 "한국에서 노조의 씨앗을 말려 달라"며 노골적으로 내정간섭하고 있다. 동아(25일 2면)와 조선(22일 B3면)은 이들의 발언을 충실하게 따라 썼다.

오버비 주한미국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조선일보의 입을 빌어 이렇게 말했다.

"의사결정권을 쥔 본사에서 한국의 노조가 지나치게 투쟁적이라고 여기고 있는 게 사실이다."

조선, 동아는 그렇게 투쟁적인 노조가 있는 한국에서 노동자들이 줄줄이 죽어가는 이유에 대해 답해야 한다.

매일 부자들 얘기만 쏟아지는 조선일보 사회면은 지난주에도 여전했다. 21일 10면(사회면)

머리기사는 '핼러윈 데이가 뭐기에… 학교는 난리통'이란 기사가 채웠다. 강남에 사는 부모가 초등학생도 아니고 유치원 다니는 아들(7)의 핼러윈 데이 파티 복장을 챙겨야 하는 부담을 토로하는 내용을 한국사회의 일반적 모습인 것처럼 꾸몄다.

또 중앙일보는 국제문제 김영희 대기자의 이름을 22일 30면에 "파병 동기의 순수성에서 한국은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라크에 가야 한다."고 파병 독전을 멈추지 않았다.

이정호 언론노조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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