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르고 있는 노동자들의 자살에 대해 일선 경찰서장이 ‘기획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전태일 열사 분신 때와 달리 지금은 그렇게 극한 상황이 아니라는 게 그 서장의 발언 배경이라고 한다. 일선 경찰의 상식이하 발언이라고 취급하기에는 그 배경이 낯설지가 않다.


‘과거와 달리 살만해 진 노동자들’을 이제 귀족이라 부르는 일부 언론의 시각이 그렇고 강력한 노조 때문에 경영하기 어렵다는 재계의 시각도 이런 발언 배경과 별반 다르지 않다.

또한 극한 상황에 몰려 있던 노동자들을 도우면서 유명해진 노무현 변호사가 ‘대통령’이 되고 난 후 노동자들에게 법과 원칙을 앞세우는 모습 뒤에도 역시 ‘과거와 달리 먹고 살만해진 노동자’라는 생각이 자리를 잡고 있다.

대통령에서부터 일선 경찰에 이르기까지 이런 생각을 갖고 있기에 노동자들의 자살이 의아스러울 것이며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생명을 버려가면서까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인지도 알기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구조조정의 장본인인 이들은 구조조정의 대상자인 ‘먹고 살만한 노동자’의 저항이 쉽게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일상화된 구조조정으로 인해 현실에서 끊임없이 고용불안과 비정규직을 강요받고 있으며 이에 저항하면 어김없이 ‘불법쟁의’이라는 딱지와 함께 엄청난 손배가압류를 당해야 한다.

현행법은 구조조정 관련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고 정부의 노사관계 로드맵도 ‘권리’분쟁에는 쟁의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손배 가압류를 제기할 수 없는 면책특권은 ‘임금 몇 푼’ 올리려는 파업에만 보장될 뿐, 노동자는 자신의 생존권이 달린 사안에 저항할 수단이 없다.

더구나 최근 노동계 파업이 구조조정 저지에 집중되고 이 같은 ‘권리’분쟁은 구조조정의 일상화로 인해 더욱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합법적인 쟁의대상을 확대하지 않은 채 손배 가압류의 부분적 제한과 부실한 비정규직 보호방안만이 제시된다면 ‘합법 파업’의 길이 막힌 노동자들은 여전히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생존권을 위해 파업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이들의 ‘의아함’은 풀릴 길이 없어 보인다.

김재홍 기자(jaehong@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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