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 단체교섭 구조는 노사정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각 주체들이 조정, 조율을 바탕으로 한 적합한 교섭 모델을 찾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ILO 루치오 바카로 선임연구원은 28일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한국의 단체교섭구조와 사회적 대화’에 관한 국제워크숍에서 “기존의 기업 중심 노사관계는 잘 작동하지 않고 새로운 시스템은 아직 출현하지 않는 등 한국 노사관계는 기로에 서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바카로 선임연구원은 “사업장 차원의 비정상적인 대립적 노사관계를 배경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산업 차원의 단체교섭은 산업과 기업 차원에 바람직하지 않은 단체교섭 행태를 낳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점은 나라 전체에 광범위한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카로 선임연구원는 이어 “한국의 주체들은 현재 매우 효율적으로 작동되는 노사관계를 지닌 나라들(스웨덴)의 경우도 한때 유사한 위기를 경험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들 나라들도 노조와 사용자들이 새로운 현실에 맞춰 변화할 필요가 있음을 깨달았을 때, 그래서 강력한 사용자 단체와 노조가 함께 단체교섭 및 이익대표제도를 새롭게 디자인했을 때, 노사관계 상황이 극적으로 개선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바카로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노사가 스스로의 관계를 규율하는 절차에 대한 협약을 할 수 있다면 한국 노사관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극적인 ‘첫 발자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협약은 △각 층위에서 상호간에 받아들일 수 있는 협상의 어젠다 △기업 차원에서 노조대표성에 관한 규칙들 △각 층위 단체협상에서 중복회피에 관한 규정 △협상 시기에 대한 규칙 △노사갈등 해결 절차 △조정 서비스 활용과 관련된 사항 등의 내용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노사정위 위상 높여야

이와 함께 이날 ILO 토론회에서는 전국적 차원 사회적 대화기구로서 노사정위원회의 정치적이고 전문적인 위상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노사정위가 사회적 대화를 촉진하는데 필요한 사실 확인 및 적절한 자료 수집을 위한 재정적, 인적 자원의 보강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것. 이는 노사간 갈등이 사실에 대한 분석은 말할 것도 없고 기본적인 사실 및 수치들에 대한 상이한 견해에서 비롯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노사정 다양한 의견

이날 지정토론에서는 노사정, 학계, 시민단체의 다양한 의견들도 제기됐다. 우선 한국노총 김성태 사무총장은 “현 단체교섭 구조와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다양한 교섭구조와 노동자의 경영참가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변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총 조남홍 부회장은 “사회적 대화를 진전시키기 위해 노사정위원회는 적합한 기구라고 생각 하지만 NGO가 참여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지적한 뒤 “노사정위 의제는 거시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부 노민기 노사정책국장은 “노사관계가 ‘관계’라는 측면에서 의사소통이 상당히 중요하다”며 “기업별, 업종별, 산별 등 다양한 협의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소연 기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