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원정 본지 논설위원

외국인 이주노동자 인권을 위한 모임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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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허가제 실시와 불법체류자 강제추방예고를 둘러싸고 이주노동자 계층이 요동치고 있다.
이주노동자 한국유입 15여년의 시간 동안 이들과 관련한 사회적 대비를 철저히 게을리 하였던 한국정부는 이제서야 ‘고용허가제도입’과 ‘불법체류자의 부분적 합법화’라는 형태로 새 제도를 선보였다.

그러나 비록 반의 반쪽짜리 고용허가일 망정 이주노동자를 ‘노동 3권이 보장되는 노동자'로서 들여오겠다던 정부의 의지는 그 첫걸음부터 비틀거리고 있다.

고용허가제가 정당한 외국인력도입제도로 안착되기 위해서는 ‘명실상부한 노동3권을 이주노동자에게 부여하는 것'과 ‘80%에 육박하고 있는 불법체류자의 획기적인 감소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충족돼야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한국체류 4년 미만의 이주노동자에게는 취업허가를 주고 체류 4년 이상의 이주노동자들은 강력한 단속을 통해 추방하겠다는 양면정책을 시행하고자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부의 의도와는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9월1일부터 시작된 미등록이주노동자의 취업신고는 마감 불과 1주일을 남겨놓은 21일 현재, 전체 46.3% 정도만 신고하는 데 그쳤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미등록이주노동자의 취업신고를 독려하는 노동부의 발걸음이 분주하기 그지없고, 법무부는 11월16일부터 국정원, 경찰, 법무부 합동으로 대대적인 초강력단속을 실시하겠다고 호언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작 당사자인 합법화 대상자들은 당근을 선뜻 받지 못하고 있고 강제추방 대상자들은 분노에 쌓여 출국보다 채찍을 피해갈 방도만 궁리하고 있다. 바로 올 3월 31일 기준으로 불법체류 4년 미만자와 4년 이상자로 가르는, 객관성이 결여된 합법화 대상의 모호함, 이주노동자로 하여금 자신을 고용해줄 사업주를 찾아 헤매게 만드는 탁상공론식 행정, 합법화를 위한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주노동자들에게 미신고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무책임함, 공장을 가동시키기 위해서 멀쩡히 잘 있는 숙련된 노동자를 내보내고 미숙련자들을 채용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사업주의 고충 등의 요인 때문이다.
현재의 상황을 보건대, 취업허가를 받는 이주노동자들은 아무리 높게 잡아도 70~80%일 것이고, 전체 이주노동자들 중 불법체류자의 비율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30~40%에 육박하지 않을까 예측된다. 시작이 이러하다면 고용허가제의 무난한 안착은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거기에 여전히 온존하고 있는 산업기술연수제의 문제점, 불충분한 고용허가제로 인한 막대한 혼선, 더욱 심화될 것이 분명한 불법체류자의 인권문제 등등으로 한국사회는 이주노동자를 둘러싸고 발생하는 문제들로 인해 혼선에 혼선을 거듭할 것이 예상된다.

‘잘못 끼워진 첫 단추’의 책임, 왜 이주노동자에게 떠넘기나

이런 현상은 고용허가제가 지난 7월 임시국회를 통과할 당시 이미 예견되던 상황이었다.
한국의 외국인력정책은 그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것이었다. 그리고 그 상태로 무려 1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이주노동자 문제는 꼬일 대로 꼬여갔다. 이 문제를 풀 획기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우선 미등록이주노동자 전원을 합법화해야 한다. 또한 취업허가대상자인 이주노동자들이 용이하게 취업허가를 받고 실질적으로 노동3권이 보장되도록 조처해야 한다.
그런 이후, 향후에도 발생할 것이 예측되는 신규 불법체류자를 최소화하기 위한 단속방침을 세워야 한다. 그것도 인권침해 유발소지가 높고 오히려 문제를 음성화시킬 수 있는 ‘불법체류자 단속’이 아닌 ‘사업주 처벌’로 방침을 바꾸어야 한다.
특히, 신고기간 이후 핵심적인 문제로 떠오를 한국체류 4년 이상 된 추방대상자들의 경우, 한국사회의 도덕성의 한 잣대가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들이 누구인가. 이들 대다수는 IMF 시기를 한국인과 함께 동고동락하면서 한국경제의 밑바닥을 떠받쳐왔고, 스스로 임금을 삭감시켜가면서 군소리 없이 노동했다. 아무리 실업률이 높아도 3D 업종은 찾지 않는 한국인들을 대신하여 한국의 제조업을 지켜왔다. 과연 한국정부는 이들에게 불법체류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한국사회 역시 마찬가지이다. 정치권은 더 말할 나위 없고 평범한 한국국민들 역시 이들의 피땀 어린 노동과 고통의 결과물들을 당연한 듯이 받아들였다. 한국사회의 어느 누가 이들에게 ‘이제는 나가라!’고 말할 수 있는가.
정부와 정치권에 촉구한다. 잘못 끼워진 첫 단추의 책임을 ‘3D업종에서 열심히 노동한 죄밖에 없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전가하지 말라. 지금이라도 현실적이면서 올바른 외국인력정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이것이 고용허가제나마 제대로 안착시키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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