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종의 사회주의적 발상인 공개념 … 공개념이 혁명적인 것만큼 … 사유재산인 토지를 정부의 각종 행정규제를 받아가면서 거래해야 하는 것 자체가 재산권 침해 …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중과세, 교육제도 혁신, 국토균형 발전 등 더 동원할 수 있는 대책부터 동원하는 게 순서”(매일경제 10월14일치 사설 “토지공개념 신중한 접근을”)

“이(토지)보다 사적 재화에 가까운 주택에 공공재적 성격을 부여하는 것이 가능한지 … 자칫 사유재산제와 자유권 보장을 근간으로 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본질을 훼손할 우려 … 주택 공개념에 입각해 검토중인 대책들이 한결같이 반시장적 … 다주택 보유에 대해 부동산 종합세를 신설해 재산세를 수십배 중과하겠다거나 양도차익을 전액 환수하겠다는 것은 도가 지나친 발상”(한국경제 10월15일치 사설 ”토지공개념 ‘반시장’은 안 된다“)

“주택에 대해서까지 공개념을 적용하겠다는 것은 지나친 규제 … 공개념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원리와 조화를 이루기 어려운 일종의 사회주의적 발상 … 주택은 토지보다 사적 재화의 성격이 더 강하다 … 주택을 사고 파는 데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재산권과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반시장적인 조처”(조선 10월16일치 사설 “토기 공개념은 ‘혁명공약’인가”)

* 토지공개념은 사회주의적 발상?
‘사회주의적 발상’ ‘반시장적’ ‘사유재산권 침해’ ‘위헌 소지’ 등 경제지는 물론 대부분의 종합일간지가 이른바 ‘토지 공개념’을 향해 퍼부은 공격이다. 누적된 불신에다 측근 비리로 말미암아 행정을 펴나가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재신임을 묻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뜬금없는 ‘쌍십절 폭탄선언’이 있은 지 사흘 만에 발표된 터라, “재신임 투표를 앞두고 서민층 지지를 얻으려는 ‘계산된 발언’”(동아 10월14일치 10면 ‘부동산 정책도 벼랑 끝 처방인가’)이라는 ‘똥물’까지 뒤집어썼다. 1989년 이후 14년 만에 다시 한국 땅에 재림한 토지 공개념은 그렇게 만신창이가 됐다.
<한국일보> 10월14일치 사설 “토지 공개념, 철저한 준비 있어야”와 <한겨레> 10월15일치 사설 “토지 공개념 반대할 이유 없다”만이 ‘토지 공개념은 반시장적이거나 자본주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상식을 갖고 있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걸출한 경제인류학자 칼 폴라니를 굳이 인용하지 않아도 된다. 폴라니는 “상품이란 판매를 위해 생산된 물건”이며, 토지는 판매를 위해 생산된 물건이 아닌데도 상품으로 간주되고 있다며, 이를 ‘허구적 상품’이라고 꿰뚫어 봤다.

* 토지와 주택가격을 따로 매긴다?

강남의 땅값과 집값이 천장부지로 치솟는 것만 봐도, 토지 소유자가 토지의 가치에 거의 기여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하다. 토지의 가치는 토양의 질이나 인구?소득과 같은 사회경제적 원인, 정부에 의한 공공개발과 같은 원인에 의해 변화한다. ‘토지는 그렇다고 치고 주택은 아니지 않는가?’ 이번에 대부분의 언론들은 이렇게 무식하게 대들었다. 반박은 아주 쉽다. ‘너희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시장을 보라’는 것이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현실의 부동산 시장가격은 ‘토지와 건물’을 더한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의 부동산 양도차익 가운데 얼마는 건물가격 상승으로 인한 것, 얼마는 토지가격 상승으로 인한 것이라는 식의 구분이 성립하는가 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부동산 관련 세제는 구분이 불가능한 토지가격과 주택가격을 구분하고 있다. 종합토지세 부과를 위한 토지가격 산정 따로, 건물분 재산세 부과를 위한 건물가격 산정 따로이다. 시장에서 파악할 수 없는 허구의 가치인 건물가격을 계산하느라 정부는 해마다 엄청난 행정비용을 낭비하고 있다. 행정비용만 낭비하는 게 아니다. 허구에 바탕한 세제가 공평할 리 없다. 근본적으로 불공평하다.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듣는 ‘과표 현실화’가 지지부진한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 부동산 관련세제 ‘일원화’ 중요

허구적으로 이원화해 있는 부동산 관련세제를 일원화시키는 것은 다주택 소유자의 부동산 거래에 대한 중과세, 부동산 양도차익의 철저한 환수를 위한 전제조건이다. 이 조처는 전혀 사회주의적이지도, 반시장적이지도 않다. 애초 토지는 상품이 아니었고, 그 토지 위에 들어서는 건물도 매우 ‘제한적인 상품’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연장선에서 부동산 거래의 허가제 역시 사회주의적이지도, 반시장적이지도 않다.
혹자는 “자고 나면 2~3,000만원씩 오르는 게 정상적인 시장인가”라며 “지금의 부동산 시장이 시장 기능을 상실했다”(한겨레 10월16일치 취재파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런 분석은 틀렸다. 폴라니의 입을 빌리자면, 지금의 현실은 상품이 아닌 토지를, 그리고 ‘제한적 상품’에 불과한 건물을 마치 완전한 상품인 것처럼 취급하는 허구적인 부동산 시장의 필연적이고 내재적 결과이기 때문이다. 증권 투기가 증권 시장의 본래적인 속성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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