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가 지난달초 발표한 노사관계법제도선진화방안(선진화방안)이 노무현 정부가 출범 초기 제시했던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기조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노사연)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7일 오후 여의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의실에서 함께 마련한 ‘노동부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 평가’ 토론회에서 김유선 노사연 부소장은 이같이 발표했다.

* 노동부에 일임, 중대한 흠결
김 부소장의 이 같은 판단은, 우선 ‘사회통합적 노동시장 정책’의 측면에서 과거 YS, DJ 정부의 노동시장 유연성 중심의 정책과 차별성이 없고, 무엇보다도 노사단체 참여가 배제된 상태에서 선진화방안을 노동부에 일임한 것은 중대한 ‘흠결’이라는 데서 출발한다.
김 부소장은 노무현 정부는 YS, DJ 정부의 ‘노동시장의 유연성’ 대신 ‘유연안정성(노동시장 유연화+사회적 안전망 구축)’의 개념을 사용하고 있지만, 과거의 유연성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그는 수량적 유연성이 강화되고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현재의 노동시장 구조를 방치해서는 사회적 안전망과 취업알선 등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역시 붕괴하거나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법제도개선 측면에서도 당초 노무현 정부가 제시했던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즉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노사관계 구축 △중층적 구조의 사회적 파트너쉽 형성 △자율과 책임의 노사자치주의 확립이라는 기조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부소장은 “한국의 노사관계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 아래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해 어떠한 법제도 개선이 필요한가라는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았다”며 “따라서 선진화방안은 지금까지 노동행정의 연장선에서 각 조항별로 얼마간의 덧셈, 뺄셈을 한 데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 “노동부 노사단체 참여 배제한 채 서둘러”
이와 함께 노사관계 법제도 개선과정에서 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80년대 후반 이래 노-사, 노-정관계는 노동법 개정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으로 점철돼 온 만큼, YS정부 때는 노사관계개혁위원회(노개위), DJ정부 때는 노사정위를 만들어 노동법 개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대립적 측면을 완화하려 했다.



김 부소장은 “이들 기구는 노사단체의 정책결정 과정 참여를 제도화하면서 한국의 노사관계 개혁에 단초를 마련했다”고 해석했다. 물론 이 같은 사회적 협의?합의기구가 비효율적으로 운영된 측면도 있었으나, 최근 노사정위가 ‘논의시한 종결제’를 도입하는 등 비효율성을 줄이려고 하는 점을 고려해야 하며, 무엇보다 의제설정 단계부터 노사단체가 참여해 고민하는 성과를 허물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노동부가 노사단체의 참여를 배제한 채 서둘러 선진화방안을 내놓은 이유가 정당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김 부소장은 “선진화방안은 노무현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인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김선수 민변 변호사는 ‘선진화 방안 분석 평가 - 노동법 측면’을 주제로 발표했으며, 토론자로 노진귀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권영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 노동부 권영순 노사정책과장, 이광택 국민대 교수(경실련 상집위 부위원장), 이철수 이화여대 교수(노사관계제도선진화연구위 위원)이 각각 참석했다.


연윤정 기자(yon@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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