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공인노무사(철도노조 법규차장)

Q> 갑은 작업장에서 사용하는 중요 장치의 결함으로 인해 얼마 전 산업재해를 당했다. 산재인정을 받긴 했으나, 산재보상으로는 충분치 않아 회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려 했다. 그러나 최근 회사가 부도가 난데다 사업주는 행방불명 상태다. 이 경우 갑은 재해의 원인이 된 결함있는 장치의 제조업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겠는가?

A>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해 또는 제3자의 생명, 신체, 재산 등에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그 제조물의 제조업자나 판매업자가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제도를 제조물책임(Product Liability: PL)이라고 하며,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물책임법이 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조물의 책임주체는 제조물을 업(業)으로써 제조 또는 수입한 자이며, 자신을 제조업자로 표시한 자입니다. 제조업자를 아예 알 수 없는 경우에는 하자가 있는 제조물을 공급한 공급업자 또한 손해배상 책임의 주체가 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쯤인가 햄버거를 먹고 반점이 생겨서 한 소비자가 햄버거 제조업체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던 사건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 사건은 바로 제조물책임법에 근거한 것이었고, 본래 제조물책임법은 소비자 주권을 현실화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소비자 피해를 보다 쉽게 구제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제정됐습니다.
이 법은 노동현장에서도 적용되는데, 다른 제조물을 생산하기 위해 타 회사로부터 원료 및 장치 등을 구입해 사용하는 사업주 및 노동자도 이러한 경우에는 소비자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제조물책임법의 보호를 받을 수가 있는 것입니다. 특히 작업공정에서 사용되는 여러 가지 공구 그리고 설비 및 장치 등이 포함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제조물책임법의 내용 중 직업병과 관련된 조항으로는 제7조 제2항을 들 수 있는데 ‘신체에 누적돼 사람의 건강을 해하는 물질에 의해 발생한 손해 또는 일정한 잠복기간이 경과한 후에 증상이 나타나는 손해가 발생'한 경우가 해당될 것입니다. 요즘 노동현장에 만연되어 있는 근골격계 질환의 경우 장기간 동안 하자있는 공구의 사용으로 인하여 발생했다는 점이 입증된다면 이 법의 적용으로 공구 제조업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위 질의의 경우 작업장에서 사용하던 장치의 결함으로 인하여 사고를 입은 것이 입증된다면 재해를 입은 노동자는 문제가 된 장치의 제조업자에게 제조물책임법을 근거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이렇듯 노동현장에서 원료나 공구, 설비, 장치 등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해 건강장해가 발생했거나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해당 노동자는 산재보험으로 보상을 먼저 받은 다음에 제조자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하거나 사업주에게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제조물책임법이 작년 7월1일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생소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제조물책임법은 우선 예방적 차원에서 본다면 제조업자에게 결함 있는 제품에 대해 책임을 지움으로써 하자있는 제품의 생산 자체를 사전에 막을 수 있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며, 다음으로 보상적 차원에서 보았을 때 제품 등의 하자에 대해서 사업주 이외에도 제조업자 및 중간 판매업자에까지 배상책임자를 확대해 피해자 구제에 있어서 보충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왜냐하면 질의의 경우와 같이 민사상 책임이 있는 사업주가 행방불명, 지급불능 등 사정이 생길 경우 제조업자를 통하여 피해에 대한 배상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제조물책임법에 의한 손해배상채권은 피해자가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제조업자가 하자있는 제조물을 공급한 날로부터 10년 이내에 행사해야 하며, 이 법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그 책임을 배제한다거나 제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약정은 무효입니다.

상담문의 : 철도노조 법규국 02-3780-5904, laborv@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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