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필요한 공적자금 수요는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확보가능한 자금은 12조원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가을 정기국회가 파행으로 치달아 추가 공적자금의 연내조성이 어려워질 경우 정부는 예금보험공사로 하여금 시중은행 차입 등을 통해 제일은행 풋백옵션 등 필수적인 자금수요만 해결하고 나머지는 내년으로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31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올해 추가로 들어가야 하는 공적자금은 줄잡아30조원에 이른다. 구체적인 소요액은 ▲제일은행 풋백옵션 3조5000억원 ▲서울보증 출자 2조원 ▲대우담보 기업어음(CP)매입 3조2000억원 ▲대우해외채권 매입 2조원 ▲부실채권정리기금채권 만기상환 4조원 ▲한빛·서울·평화은행 등 은행권 부실채권매입, 후순위채 지원 등 4조원 등이다.

그러나 연말까지 확보가능한 자금은 자산관리공사 9조여원, 예금보험공사 3조여원 등 12조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산관리공사는 보유자금 6조4000억원과 연말까지의 부실채권 추가매각 자금 3조1000억원 등 모두 9조5000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대우담보CP와 대우해외채권 매입, 정리기금채권 만기상환 등에 투입하면 남는 게 없다.

예금보험공사는 한전주식 담보 교환사채(EB) 1조2000억원 발행과 함께 보유중인 각종 자산매각등으로 현금을 동원하더라도 3조원을 추가로 만들어내기가 힘겨운 상황이다. 현재 2조원 정도를 갖고 있으나 이중 1조6000억원은 비상자금이어서 쓸 수 없다. 한마디로 자금이 바닥난 상태다.

예금공사는 따라서 시중은행으로부터 6개월 만기로 2조원 가량을 차입, 당장 급한 제일은행 풋백옵션 자금을 조달키로 하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연 8.2∼8.5%의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고, 특히 시중자금을 휩쓸어가고 있는 우량은행들은 돈을 빌려줬다가 묶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예금공사 관계자는 ”주가하락 등으로 인해 공사가 보유중인 주식을 매각하기 어렵고 자산담보부증권(ABS)발행도 여의치 않아 추가공적자금 조성외에는 달리 기댈만한 구석이 없다”고 말했다.

재경부 관계자도 ”제일은행 풋백옵션이나 금융기관 도산에 따른 예금대지급등 시급하고 반드시 필요한 분야에만 공적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라면서”가을 정기국회 상황을 봐야 하겠지만 현재로선 공적자금의 연내 추가조성이 불투명해 내년이후로 투입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