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협약에서 노조간부를 징계할 때 회사가 노조와 사전합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어도 노조가 회사와의 협의에 성실히 임하지 않았다면 합의없이 행사한 징계권도 유효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특별8부(재판장 이태훈)는 지난달 26일 김일섭 전 대우자동차노조 위원장 등 대우차 해고자 8명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청구소송에서 원심대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근로자들의 위법행위에 대한 징계를 심의하는 위원회에 노조가 이유없이 불참하며 반대하는 등 신뢰를 저버렸다면 회사는 징계에 이를 정도의 비위 사실이 명백한 근로자를 노조와 합의없이 징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000~2001년 대우자동차의 쟁의행위에 대해선 “노사간 교섭을 통한 근로조건 향상이 불가능하고 경영적 판단이 존중돼야 하는 특별한 상황에서 회사의 해외매각 자체를 반대하고 공기업화를 내세운 쟁의행위는 목적, 방법 및 수단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특별8부 정영훈 판사는 2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사측이 사전합의를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였고 징계사유가 명백하다면 사측의 징계행사는 유효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며, 이에 따라 판결했다”고 설명했다.

대우차는 지난 2001년 노조가 해외매각과 구조조정을 반대하면서 공장을 점거한 채 파업을 벌인 것과 관련, 김 위원장 등을 징계에 회부한 뒤 노조가 징계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인사위원회에 불참했음에도 한차례 인사위원회를 연기한 끝에 이들을 해고했다.

이와 관련, 금속산업연맹 법률원 김성진 변호사는 “노조의 ‘동의권’이나 ‘합의권’을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판결”이라며 “동의를 거치도록 단협에 명시돼 있을 때 한쪽이 동의하지 않았다면 그 효력은 성립되지 않는게 상식인데, 재판부는 이를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송은정기자(ssong@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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