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 노사정위 본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선봉에 있는 노동조직들이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해와 정서를 아우르고 있는지 확신하기 힘들어 노동운동을 도와주기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인 노 대통령이 총괄하는 노사관계 선진화 법제도 개선 방안이나 노동부가 최근 마련한 비정규직 보호방안 어디에도 ‘실질적인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해와 정서를 아우르고 있는’ 지점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그 당사자인 비정규직노동자들이 그들의 ‘이해와 정서와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전국적인 연대체계를 구성했다.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조,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아산공장사내하청지회, 재능교육교사노조, 근로복지공단비정규직노조, 건설운송노조, 전북지역일반노조 등 전국 15개 비정규직노조들은 지난달 27일 민주노총 대전본부에서 공식적인 첫 모임을 갖고 전국비정규직사업장연대회의(준)를 설립했다.
이번에 구성된 연대회의는 무엇보다 비정규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하나로 모으기 위한 통로를 ‘스스로’ 마련했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연대회의 구성 논의가 시작된 시점도 주5일 근무제 도입을 뼈대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비정규직·여성·중소영세 노동자들에게는 임금삭감과 노동강도 강화의 위협까지 줄 수 있는 내용으로 국회를 통과하고, 정부의 ‘노사관계 개혁방안’이 기간제 고용에 대한 사유제한을 명시하지 않고 파견직종을 확대하며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것을 뼈대로 해서 연이어 발표되고 있던 때다.
그 시작은 지난달 3일 울산에서 있었던 ‘정규직-비정규직 연대 한마당’에서 모인 비정규직노조들이 즉석에서 가진 간담회였다. 간담회 논의결과에 따라 이들은 9일 ‘비정규직 관련 노동부 입법안에 대한 비정규직노동조합의 입장’이란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면서 사실상 첫 공동대응을 시작했다. 비정규직노조들은 성명에서 ‘정부는 조직화되지 못하고 힘없는 노동자라고 얕잡아보면서 비정규직·중소영세노동자 사냥에 나선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사업실 김진억 국장은 “2001년 이후 비정규직노조의 ‘자체동력’이 떨어지면서 비정규직 관련 사업은 총연맹 단위에서 기획하고 ‘배치’하는 형태로만 진행될 뿐 비정규직노조 스스로가 총연맹에 사업을 요구하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국장은 “비정규직 사업은 총연맹이나 연맹이 주도하는 사업과 현장의 요구를 통해 올라오는 사업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이제 그런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제 공식적 비정규직노조들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게 될 전국비정규직사업장연대회의(준)은 서울, 대구경남, 광주, 울산, 대전충남 등에 각각 지역연대회의를 두고 지역별 체계와 전국적 연대회의 체계를 병행할 방침이다.
연대회의는 하반기 비정규직보호입법방안 대응 이외에도 현재 울산과 아산 현대자동차 하청노조 간부 해고 등과 같은 단위 사업장 현안에 대해서도 연대해 나갈 방침이다. 당장 오는 26일에 있을 ‘비정규직 차별철폐 권리보장 입법쟁취를 위한 전국노동자대회’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참가를 최대한 유도하기 위해 24일부터 지역별로 비정규노동자들의 현실을 알리는 선전전을 개최한다.

김경란 기자(eggs95@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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