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들 쟁의행위에 ‘자본철수’ 협박 빈번
금속노조 OECD 가이드라인 위반 제소 등 대응모색

최근 다국적기업들이 노조 쟁의행위를 이유로 ‘자본철수’를 언급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며 국제기구 등을 통한 문제해결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민주노총과 국제식품연합노련(IUF)이 “노동쟁의기간 중에 기업이 생산시설의 철수문제를 언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며 한국네슬레를 OECD에 제소한지 나흘만에 나온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네슬레는 한국에 진출한 외국기업 가운데는 처음으로 OECD 가이드라인 위반으로 제소당한 것으로 이같은 사례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 대구지부 한국게이츠지회 이상춘 사무국장은 “사측이 노조가 쟁의행의를 벌일 때마다 사무직 직원들을 통해 한국 생산시설을 17개국에 있는 해외공장으로 이전하겠다는 협박을 하고 있다”며 “이런 얘기들이 유포되면 현장 조합원들은 위축된다”고 말했다. 한국게이츠는 미국과 일본자본으로 구성된 다국적기업. 이 회사는 임단협 타결이 지연된다며 노조가 벌인 태업에 대해 임금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맞섰고, 이에 항의하며 노조가 지난달 22일부터 4시간 부분파업을 벌이자 또 27일 직장폐쇄 조치를 했다.
이 국장은 “이런 상황에 대해 단위노조가 대응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며 "외국계 회사들의 노조가 공동투쟁을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국적기업 노조들은 특히 외국계 회사의 한국인 사장들은 교섭과정에서도 결정권이 없다며 책임 회피를 하는 경우가 많아 노사간에 성실한 교섭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어려움도 호소하고 있다. 외국기업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가 30%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 금속노조는 “외국자본이 경쟁력을 이유로 ‘자본철수’ 협박을 하는 경우가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어 중소사업장에선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자본 회사로 자동차부품인 다이캐스팅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깁스코리아도 노조의 파업기간 중에 폐업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파업을 하고 있는 노조 만도지부 깁스코리아지회는 29일 사측으로부터 폐업통보를 받아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지회 허병국 사무장은 “행정관청에 폐업신고를 하겠다고 말만 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노조에 대한 '협박용‘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외국회사라 어떻게 결정할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깁스코리아는 이번 임단협에서 동종업체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25%의 임금삭감안’에 이어 ‘15% 임금삭감과 정리해고’를 제시해 노조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이와 관련 금속노조는 한국게이츠와 깁스코리아를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위반으로 제소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사태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송은정 기자(ssong@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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