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이 30일 사퇴의사를 표명함으로써 5개월 넘게 끌어오던 '현대사태' 가 일단락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李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계동 현대본사에 출근해 해외 인사들과 회의를 한 뒤 밝은 모습으로 여의도 현대증권 사무실로 가 사퇴의 뜻을 밝혔다.


그는 계동 본사를 나설 때만 해도 "외자유치라는 큰 일이 추진되고 있는데 사소한 개인 문제에 신경 쓸 때가 아니다" 며 "지금은 거취 문제를 얘기할 때가 아니다" 고 부인했었다.

그러나 李회장은 이미 지난 24일 미국 금융업체인 AIG 등과 외자유치 협상을 위해 떠나면서 금융감독위원회 등에 귀국후 거취를 표명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사퇴시기를 놓고 저울질했던 것 같다.

그의 지론대로 큰 그림을 그린후 '명예롭게 퇴진' 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현대증권 관계자도 "금감원 등에서 강하게 李회장을 압박해 추한 모습을보이지 않기 위해 스스로 물러나는 쪽을 택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李회장은 다음달 1일 현대전자 주가조작과 관련한 항소심 공판이 예정돼 있고 금감위에서 해임을 권고하기로 돼 있어 스스로 사퇴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현대그룹측도 李회장이 사퇴의사를 표명함으로써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자동차의 계열분리와 현대건설의 자금난을 해소하는데 직. 간접적으로 긍정적인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회장은 3월 14일 정몽구 회장과 정몽헌 회장간 경영권 다툼에 끼어 사퇴압력을 받아온 이후 현대투신부실과 현대중공업 빚보증 각서 문제로 사태해결을 어렵게 했다는 게 정부. 채권단의 시각이었다.

그러나 현대 주변에서는 李회장이 금융 부문에서 손을 뗄 경우 '대북사업' 에 전념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李회장은 1999년부터 현대의 대북사업인 현대아산의 이사로 등재돼 있다.

따라서 현대의 대북사업 창구인 현대종합상사. 현대상선 등 대북 관련 계열사의 경영진으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李회장이 현대아산 쪽으로 옮기는 문제는 정몽헌 의장과 함께 있다는 시선을 의식해 어렵지 않겠느냐는 게 현대측의 시각이다.

금융소그룹을 이끌던 李회장이 사퇴함으로서 새 선장을 누가 맡느냐는 데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병규 현대백화점 사장과 현대중공업의 이영기 부사장 등 이 거론되고 있는데, 국내외 전문경영인의 영입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사태 일지>

▶1999.9월 현대전자 주가 조작 사건으로 구속(이후 집행유예로 석방)▶2000.3월 고려산업개발 회장 발령 거부로 '현대 사태' 촉발▶8월 2일 채권단, 이익치 회장 포함 현대사태 관련 전문경영인 퇴진 요구

▶8월 14일 참여연대, 현대전자 외자유치 관련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8월 23일 금감원, 외환거래법. 외부감사법. 증권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해임 권고안 제출 및 검찰 고발▶8월 30일 현대증권 회장직 사퇴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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