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는 노동계 내부 현안보다는 추석연휴에 불어닥친 불행한 일로 바쁜 한 주를 보냈는데요. 태풍 피해뿐 아니라 멕시코 칸쿤에서 있었던 WTO 5차 각료회의에서 이경해 전 한농연 의장 자결, 그리고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전투병 파병요청까지 겹쳤죠.

- 특히 태풍 매미가 대형 제조업 공장들이 몰려 있는 영남지방을 관통하면서 노동계에도 피해가 컸는데요. 양대노총이 투쟁을 자제하고 모두 수해복구에 구슬땀을 흘린 한 주였습니다.
-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는 슬레트 1,600여장이 파손됐고 현대중공업에서는 석유시추선 모듈이 떠내려가면서 현대미포조선소의 도크와 충돌해 양측 피해가 엄청났다고 하더군요.

더구나 35m 크레인 위에서 고공농성을 하던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김주익 지회장은 바람에 크레인이 회전하는 4시간 동안 초속 50m의 바람과 사투를 벌여야했습니다. 그 아래 설치했던 천막농성장은 완전히 초토화됐고요.

* 태풍 피해로 투쟁계획 취소도
- 마산의 한 택시회사에선 택시 180여대가 바닷물에 잠겼는데요. 완전월급제가 실시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택시 운행을 못하다보니 조합원들이 생계문제로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 2명이 실종됐고 노조사무실이 무너진 사업장도 있다더군요.

- 피해복구를 위한 노동계의 노력도 이어졌는데요.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들은 자체 농성장을 복구하고 곧바로 부산지역 피해 현장 자원봉사활동을 벌였고 한국노총 복구단도 가덕도에서 피해복구활동을 벌였습니다. 그런데 가덕도에 전기와 수도가 모두 끊긴 상황이어서 고생들이 많았다고 하더군요.

- 태풍 때문에 투쟁을 연기한 곳도 많았는데요. 직접 피해를 입은 경상도 지역 노조들뿐 아니라 공공연맹의 경우도 17일부터 청와대 앞 농성과 22일부터 전국 5개 사업장 순회 투쟁이 잡혀있었는데 이번 태풍으로 일단 계획을 취소한 상태입니다.

- 이라크에 전투병 파병을 요청한 미국에서도 수재의연금을 보냈다면서요.
- 네. 미대사관이 부시 대통령 명의로 5만 달러의 수재의연금을 보냈는데 노동계에서는 파병문제로 민감한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라 순수한 의도로 보여지지 않는다며 씁쓸해 하더군요.
- 전투병 파병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번주 비상시국회의가 열리는 등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대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 멕시코 칸쿤 투쟁단이 귀국했다면서요. 한국 투쟁단이 현지 투쟁을 이끌었다고 하던데요.

- 네. 민주노총을 비롯해 투쟁단들이 20일까지 대부분 귀국을 마쳤는데요. 현지에서 한국 투쟁단이 조직력 면에서나 투쟁력 면에서 활약을 했다는군요. 회의장을 둘러싼 철조망이 두차례나 쓰러지는 일이 있었는데요.

처음 시위로 철조망이 무너지자 멕시코 경찰이 이중 철조망을 설치했는데 한국 투쟁단이 철조망 상단에 밧줄을 걸고 끌어당겨 또 무너뜨렸다는군요. 그런데 튼튼한 밧줄을 구하지 못한 투쟁단이 현지에서 구입한 밧줄을 풀어서 밤새 다시 꼬아 3배 두께의 밧줄을 만들었다니 거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투쟁'이었답니다.

* 칸쿤 투쟁단 현지서 눈부신 활약
- 철도청 분당승무사무소장이 지난 18일 철도노조 분당승무지부 현판을 떼버린 사건이 일어나 분당승무사무소 노사간 갈등이 빚어졌습니다. 소장은 "지부현판이 사무소 현관에 있을 필요가 없다"며 관리자에게 제거를 지시했다고 하는데요, 노조는 "노조 자체를 부정하는 만행"이라며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입니다.

- 6월 철도파업 이후 철도청이 79명을 해고하고 9,000여명 징계, 75억원 조합비 가압류를 한 것과 견줘 보면 노조 현판 뗀 정도야 대수롭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국가기관인 철도청이 버젓이 합법적인 노조현판을 떼버려 노조와 갈등을 빚는 것은 참 어이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 지난해 10월 평택에 있는 한 레미콘회사가 노조 현판이 회사 현판보다 크다는 이유로 철거를 요구하다 노조가 거부하자 담을 헐어버린 사건이 생각나네요. 그야말로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죠.

취재팀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