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 임금이 정규직의 4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으며 비정규직의 절반은 현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금융노조가 비정규노동센터와 함께 국민은행, 산업은행, 농협, 자산관리공사, 신용보증기금 등 금융기관과 유관기관 31개 사업장에서 일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규직은 연간 평균 3,741만원, 비정규직은 1,734만원의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성과급을 포함할 경우 그 격차는 더욱 커져 정규직은 4,693만원, 비정규직은 1,835만원으로 비정규직은 정규직 대비 39%의 임금을 받는 데 그쳤다.

이와 함께 복리후생 제도 부분에서 비정규직은 사회보험과 퇴직금 등 법정복지는 비교적 높게 적용 받는 반면 정규직이 누리고 있는 정기승급, 주택자금 대출, 학자금 지원, 사내복지기금 등 기업복지 혜택은 거의 못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비정규직 응답자의 68%는 자신의 직무가 '정규직의 직무와 동일하거나 유사'하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기업 내 근로조건 차이로 인해 정규직은 86%가 직무에 만족한다고 답한 반면 비정규직은 절반 이상(56.5%)이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가장 필요하며(43.8%) 그 다음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원칙이 지켜져야 한다(32%)고 답했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87.8%가 전환될 가능성이 낮거나 거의 없다고 응답해 정규직 전환에 대해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비정규직의 절반 가까이(47.7%)는 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의 임금·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있다'고 인식해 정규직 노조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비정규직은 이런 이유로 직무에 대한 고충과 불만을 직장동료와의 대화를 통해 해소하는(32.7%) 반면 노조를 통해 상담하는 경우는 15.3%에 그쳤다.

또 응답자의 압도적 다수(93.6%)가 노조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노조의 문호가 개방될 경우 '가입은 하나 활동여부는 미정'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절반을 넘어(56.1%) 노조 활동 자체에 대해선 유보적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조사결과와 관련, 금융노조 비정규조직화특위 박창완 국장은 "비정규직 절대다수가 조합원이 되고 싶어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정규직 노조가 수용하지 못하는 것은 그동안 노조가 정규직 중심으로 활동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으로부터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6∼7월 두달에 걸쳐 총 5,020부의 설문지를 배포해 비정규직 1,043부, 정규직 1,534부의 회수된 설문지를 대상으로 통계처리 프로그램(SPSS)을 이용해 분석됐다.

윤춘호 기자(ych01@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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