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구제를 위한 고용허가제 실시에 따라 1일부터 전국 각 고용안정센터에서 취업확인서 발급을 시작했지만 당초 예상과는 달리 신청이 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근로자가 떠날 경우 생산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하는 고용주와 ‘일단 떠나면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는 외국인 근로자의 입장이 맞물리면서 8일 현재 취업확인서 발급률이 1%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불법 체류 외국인 근로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고용허가제가 또 다른 형태의 불법 체류자를 양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정부의 이번 대책을 가장 불신하는 계층은 사증발급인정서를 받아 출국하면 재입국이 허용되는 3년 이상 4년 미만 체류 근로자. 이들은 재입국에 대한 확신이 없다며 취업확인서 발급 신청을 회피한 채 눈치만 살피고 있다. 일부는 정부의 불법 체류자 단속이 시작되기 전에 지방으로 도주할 생각까지 하고 있다.

체류기간이 3년2개월인 방글라데시인 알라이 후세인(33)은 “불법 체류자 상당수가 한국에 들어오기 전 수천달러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빚을 졌는데 어떻게 확실한 보장도 없는 상태에서 출국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취업확인서 발급률이 낮은 데는 숙련공을 내보내기를 꺼리는 고용주들의 태도도 한몫을 하고 있다.

경기 부천시 두산엔지니어링 장두한 사장(37)은 “현재 채용하고 있는 외국인 2명이 출국하면 생산에 차질이 생긴다”며 “정부 방침을 어길 수 없어 일단 시간을 두고 이들의 출국 문제를 논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외국인 근로자가 취업확인서를 발급받으려면 사업주가 고용확인신고서, 사업자등록증, 표준근로계약서 등을 떼어 줘야 하는데 외국인 근로자 대부분이 사업장을 많이 옮겨 다녀 상당수 업체들이 이런 서류들을 잘 발급해 주지 않는다는 것.

외국인 근로자가 과거에 근무했던 기업체를 일일이 찾아다니기도 어렵고 사업주에게 관련 서류를 요청해도 “내가 너를 어떻게 믿느냐”며 관련 서류를 제공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4년 이상 체류 외국인 근로자는 자진출국기간이 끝나는 11월 15일 이후 단속이 강화될 것으로 판단해 아예 지방으로 잠적하고 있다.

이들은 지방의 중소기업에 불법 취업하거나 일용직으로 전직할 가능성이 높아 불법 체류자가 오히려 양산될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기 성남시 외국인노동자의 집 이상린(李相鱗) 소장은 “4년 이상은 근무해야 기능도 숙달되고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는데 이들을 무조건 출국시키는 것은 잘못”이라며 “이들에게도 이번엔 취업확인서를 발부해 한 차례 기회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성남=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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