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업무복귀를 선언한 뒤 기자회견장을 나서는 김종인 의장은 투쟁 실패 원인을 묻는 질문에 "정부와 언론 때문이다. 어려운 싸움이 될 줄은 알았지만…"이라며 말끝을 잇지 못했다.

다음날 다시 만난 김종인 의장은 "투쟁을 계속할 역량도 되지 않고 조합원들의 피해를 외면할 수 없었다"고 파업중단 이유를 밝혔다. 김 의장은 또 "투쟁을 승리로 이끌지 못한 것에 대해 조합원들에게 송구스럽고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 복귀 방침을 결정한 과정을 설명해 달라.
"2일 차량시위가 생각만큼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3일 지부별 총회를 소집해 조직점검을 실시했다. 그러나 물류를 완전히 멈출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이 되지 못했다. 결국 3일 복귀해야할 시점이라고 판단했고 4일 총회에 붙였으나 일부 지부에선 안건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아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지도부도 승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투쟁을 지속한다고 이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조합원들의 막대한 피해가 우려됐다. 이를 외면하는 것은 지도부가 할 일이 아니다. "

- 실패 원인이 뭐라고 보는지.
"정부와 언론 때문이다. 투쟁에 돌입하자마자 정부는 화물운송노동자들의 생존권이나 물류체계개혁 문제에는 관심을 접고 집단이기주의로만 몰아붙이며 업체와의 교섭여지도 차단해 버렸다. 언론은 화물연대의 요구나 파업이유를 객관적으로 보도하지 않고 정부와 업체의 주장만 여과 없이 내보냈다.

내부적으로 봤을 때는 지난해 출범 이후 한번도 지는 싸움을 경험하지 못했던 조합원들이 무조건 밀어붙이는 투쟁만 고집하는 등 조급성을 보였다. 철도노조 파업을 보면서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고 최악의 조건에서 파업을 시작했다.

애초 11월을 파업돌입 시기로 잡았으나 조합원들의 요구가 너무 강했다. 이를 지도부에서 적절히 조절하지 못했다. 또 임금노동자가 아닌 조합원들이 파업장기화로 인한 생활고가 가중되면서 지방자치단체까지 동원된 정부의 회유와 협박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선을 다했고 후회 없는 투쟁이었다. 승리로 이끌지 못한 것에 대해선 화물연대 대표로서 조합원들에게 송구스럽고 책임을 통감한다."

- 복귀 뒤 현장에서의 어려움이 예상되는데.
"계약해지, 손배소 가압류, 각서 강요 등 탄압이 심할 것이다. 많이 위축될 것이고 상당히 어려운 시기이다. 그러나 업무에 복귀하는 조합원들이 무선을 통해 '화물연대를 지키지 못하면 우리에게 희망이 없다. 조직을 지켜야 한다'며 서로를 독려하고 있다.

각 지부 지회별로 조합원 총회를 열어 냉정하게 투쟁을 평가하고 다시 결의를 다질 것이다. 조직을 어느 정도 정비한 뒤 자진출두할 것이다."

- 이번 투쟁의 의미를 노동운동 차원에서 정리한다면.
"철도노조 파업에 이어 노무현 정권의 노동정책을 좌우할 중요한 투쟁이었다. 노동과 자본의 전면투쟁이나 마찬가지였고 결국은 노동의 패배로 이어졌다. 노동계에서 사안을 보다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김학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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