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큰 반발
“사쪽 대항권만 강화 대결조장”
4일 노사선진화제도를 접한 노동계는 한마디로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민주노총은 이날 낸 성명서에서 “노사관계를 개혁할 핵심과제들은 빠진 채 사용자 대항권만을 획기적으로 강화했다”며 “노사관계를 후진화하고 노사대결을 부추기는 또 다른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국노총도 성명에서 “노사관계 개선방안은 사용자 쪽 주장이 대거 반영되면서 노동권을 약화시키는 내용으로 이뤄졌다”며 “한마디로 기대에 못 미치는 실망스런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노동계는 이 안이 △해고를 더 쉽게 하도록 했고 △파업은 더 어렵게 하고 있으며 △노조활동은 강력히 제안하는 내용으로 꽉 차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이민우 정책국장은 “사용자가 부당해고를 해도 직접적으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게 됐고, 사용자가 변경임금제를 남용할 경우 해고가 만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노총 오건호 정책부장은 “직장폐쇄를 확대하고 공익사업장에서 대체노동을 허용하는 등 파업은 더 어렵게 됐으며, 특히 노조의 투명성 제고 방안은 노조 권한을 줄이는 대표적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태연 부소장은 “노사관계 개선 방안이 노동계와 사용자 쪽의 요구를 골고루 담은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직장폐쇄를 확대하고 공익사업장에서 대체노동을 허용하는 등 사용자의 대항권 강화에 힘이 실린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노사정위에서 이날 공개된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을 본격 논의하게 됨에 따라 민주노총의 복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1999년 2월 이후 노사정위 합의사항 이행이 안되고 있다며 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김금수 노사정위 위원장은 이날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들어오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며 “하지만 공청회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참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손낙구 교육선전실장은 “노무현 정부 초기에 노사정위 복귀 논의가 내부적으로 있었지만, 6월 철도파업 뒤로 정부가 강경 노선으로 치달으면서 이런 논의는 사라진 지 오래”라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재계 환영기조
“산업평화 위해 꼭 실시돼야”

재계에서는 대체적으로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이 이번에 발표된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의구심을 나타냈다. 일부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어 “합리성을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고, 노사간 형평성 차원에서 ‘주고받기식’으로 법 개정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에 대한 경영계의 최종 입장은 향후 업계의 의견을 보아 결정하겠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김영배 경총 전무는 “이번 로드맵은 노동권 강화 조항에는 위험한 요소들이 많고, 사용자 대항권 강화 조항들은 겉만 그럴듯하지 실효성이 없다”며 “탁상법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전무는 구체적으로 △대체근로는 어떤 나라도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은데 공익사업만 허용했고 △파견근로 교체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그 직업을 없애라는 이야기이며 △직장폐쇄를 불법파업에도 허용하는 것은 현행법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조정전치주의를 없애는 것은 파업의 남발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정부가 뒤늦게나마 산업평화를 위한 적극성을 보였다”며 환영해 경총과는 미묘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이는 노동계라는 상대가 있음을 고려할 때 더 이상 노쪽의 양보를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 이승철 상무는 “다소 불만이 없지 않지만 노동계의 반발로 갈 길이 먼 상황에서 (불만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며 “이번에 발표한 내용만이라도 끝까지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도 논평에서 “이번 방안이 국가경제 발전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하며, 성공적 정착을 위해 불법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고 밝혀 앞으로의 실천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주요 기업들은 이번 방안을 “노사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상생의 노사모델”(삼성), “선진화된 노사관계 정립을 위한 노력”(엘지),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새로운 노사관계를 정립할 수 있는 방안”(에스케이) 등으로 환영하면서 “이번에 만들어진 제도와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김정수 안선희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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