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면 이렇게 하겠습니까. 이것 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너무 고통스럽지만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단식은 계속할 겁니다."


2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단식 이틀째를 맞고 있는 흥국생명노조 한 여성조합원의 절규다. 파업 100일을 넘어서고 있는 흥국생명노조 조합원 100여명이 1일 오후부터 중구 을지로 1가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 7층, 11층에서 집단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임산부 등을 제외하면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대부분이 단식에 참여한 것. 이들의 단식은 장기투쟁을 거치면서 지칠 대로 지친 몸을 또 다시 내던지는 '마지막 호소'다.

"위원장이 벌써 20일 넘게 단식을 하고 있습니다. 위험수위에 다다른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회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교섭조차 불성실하게 하고 있어요. 도대체 회사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르겠어요, '노조 말살'인가요? 그렇지 않다면 대화로 풀어야죠."

흥국생명에서 10년째 근무하고 있는 박아무개 조합원의 눈시울은 벌써 붉게 물들었다.

현재 흥국생명 노사 교섭은 난항을 지속하고 있다. 노조로부터 교섭권을 위임받은 사무금융연맹이 사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징계, 무노동무임금 등 쟁점에서 좀처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 사측은 노조간부 등 45명에게 해고 등 징계를 내렸으며 총 10억원이 넘는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를 한 상태다.

"회사는 임금만 놓고 교섭을 하자는 입장입니다. 임금 때문에 징계 당한 40명의 동지들을 버리고 가는 게 노좁니까? 회사는 말이 안 되는 소리만 계속하고 있습니다. 대화할 의지가 없는 거죠."

단식중인 노조 이정훈 조직부장은 회사의 태도에서 느끼는 답답함을 이렇게 토로했다.

옆에 앉아 있던 임신한 조합원이 말을 잇는다. "임신한 몸으로 좋은 생각만 해야 하는데…정말 자다가도 벌떡 벌떡 일어납니다. 너무 분하고 억울해서요. 회사는 노동자를 비용으로만 생각하고 있어요. 서로 화합해야 회사도 발전하는 거 아닌가요?"

단식에 참여하지 못하는 미안함에 무거운 몸을 이끌고 농성장에 나온 김아무개 조합원은 "진정 회사가 잘 되길 바라기 때문에 이 싸움을 끝낼 수 없다"고 말한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돗자리 하나 펴놓고 물과 소금에 의지하며 외부 출입도 하지 못한 채 흥국생명 조합원들은 한 가지만 간절히 바랄 뿐이다.
"사태가 조속히 해결됐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노조는 1일 오후 노조 블랙리스트, 부당 징계, 무리한 손배·가압류 등 흥국생명이 인권을 침해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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