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의 비정규직 노동자 고용보호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 국가 가운데 15번째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31일 한국노동연구원은 정규·비정규직의 고용보호 정도와 집단해고 규제 수준 등을 놓고 분석한 올해 우리 나라의 고용보호 평균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8번째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보호 정도는 15위에 그쳤고, 정규직 노동자의 고용보호 정도는 9위, 집단해고를 막는 정도는 다른 16개국과 함께 공동 10위를 차지했다. 지난 1999년의 경제협력개발기구 보고서에 우리 나라의 고용보호수준이 27개국 가운데 11위였던 것에 견줘 올 들어 노동자에 대한 해고는 좀더 어려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안주엽 연구위원은 “우리 나라 노동자의 고용보호수준이 높은 것은 강력한 고용보호법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이에 따라 남성 정규직 노동자들의 해고는 쉽지 않는 대신 여성·비정규직의 해고는 상대적으로 쉬워 계층간 불균등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의 노동관련 법제는 대규모 사업장 정규직을 과도하게 보호해 기업의 노동비용을 상승시키는 결과를 낳아 전반적 고용수준을 낮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500명 이상 대형 사업장의 퇴직 및 해고율은 0.89%에 그쳤지만 5∼9명 사업장(2.47%)과 10∼29명 사업장(2.45%), 30∼99명 사업장(2.26%)은 전체 평균치인 2.02%를 크게 웃돌았다.

한편, 노동연구원은 1일 노동시장 선진화 기획단을 출범시켜 내년 2월까지 노동관련법·제도와 노동정책을 검토한 뒤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인수 노동연구원 부원장이 단장을 맡을 기획단은 5개 팀으로 구성되고 노동관계 전문가 25명이 참여한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 한국인 노동시간 세계최장


ILO “연간 2447시간…미국 보다 26% 높아”

한국인의 연간 노동시간이 세계에서 가장 긴 것으로 조사됐다고 국제노동기구(ILO)가 밝혔다.

이 기구가 1일 발표할 ‘세계노동시장 주요 지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연간 노동시간은 2001년 현재 2447시간으로, 미국보다 26%, 세계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짧은 네덜란드보다는 46%가 긴 것으로 나타났다. 2년마다 발간되는 이번 보고서는 모든 아시아 개도국들이 선진공업국들보다 노동시간이 길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기술과 자본 부족을 노동으로 메우려는 개도국 경제의 전형적인 특성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과거 장시간 노동으로 유명했던 일본의 노동시간은 지금은 미국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노동시간은 2000년 1834시간에서 지난해 1825시간으로 줄었으나 유럽연합 나라들의 1300∼1800시간보다 여전히 길다. 미국은 2000년 이후 노동시간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1인당 노동생산성에서 세계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다른 나라들과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미국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지난해 2.8% 높아져 7년 연속 2% 이상의 상승률을 유지했으며 유럽연합의 1.2%, 일본의 1.1%를 압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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