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로 화물연대 파업이 일주일째를 맞는 가운데 정부·업체의 '선복귀 후교섭' 방침과 화물연대의 일괄타결 요구가 맞서면서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화물연대의 교섭요구를 거부하고 노사교섭 불개입 선언, 업무복귀 명령제 도입, 경유세 보조 중단 등 잇단 강경조치를 내놓자 정부가 오히려 파국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무리한 법적용= 정부가 지난 25일 밝혔던 업무복귀 명령제와 운전자격을 취소하는 운전자격제도 도입 역시 지난 6일 정부가 발표한 자택대기 형태의 운송거부자에 대한 처벌과 마찬가지로 근거가 빈약해 무리한 법 적용이라는 지적이다.

민변의 화물연대 공동변호인단 총괄책임을 맡고 있는 권영국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업무복귀 명령제는 지난해 미국서부항만 노조 파업 당시 부시 대통령이 적용시킨 태프트-하틀리법을 도입하자는 것으로 보인다"며 "태프트-하틀리법은 2차 대전 직후 마녀사냥의 분위기 속에서 통과된 법"이라고 밝혔다. 권 원장은 특히 "국가공무원 등 공공부문 종사자들이나 의사 등 생명을 다루는 직군에 한해서, 또는 국가 유사시에나 발동될 수 있는 제도를 개인 영업자들에 불과한 지입차주들에게 적용한다는 것은 국민의 사고와 행동을 강제하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운전자격제도 도입과 관련해서도 권 원장은 "화물차 운전자들의 과잉수급을 조절하거나 운전자의 자격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경우에나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집에서 쉬는 것이 운전자격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말 바꾸기에 노정합의 불이행= 정부는 지난 23일 국무총리주재로 열린 국정현안 정책조정회의에서 "화물연대와 업체간 전향적인 협상이 이뤄지도록 적극 주선해 나가겠다"고 결정해 화물연대의 선교섭 요청이 받아들여질 것이란 기대를 낳았다. 그러나 화물연대가 교섭을 요청한 24일 건교부는 이를 거부했으며 25일 관계장관 회의를 통해 "운송료 인상문제는 당사자간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하므로 정부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상에 대한 적극 주선 방침을 발표한 지 하루만에 말을 바꾼 것이다. 이와 관련해 건교부 관계자는 "적극적인 협상 주선이라는 것은 화물연대가 업무복귀를 한다는 전제가 깔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말바꾸기만이 아니라 노정합의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운송료 인상문제이므로 개입하지 않는다"는 정부 주장은 5·15 노정합의 이행문제를 숨기고 파업문제를 운임비에만 국한시킨다는 것이다. 화물연대는 지난 6월말 파업찬반투표실시를 결정하면서 5·15 노정합의 이행, 실질운임보장, 산별협약체결을 주요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다.

지난 5·15 노정합의를 보면 운송료 현실화를 위한 중앙집중교섭을 진행하고 이를 정부에서 적극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화물연대는 노정합의 이후 장기적 제도개선 과제는 마련됐지만 불법다단계나 과적행위에 대한 정부의 단속의지를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차량소유권 보장과 산재적용 및 노동3권 인정에 대해서도 노정협의에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25일 발표한 업무미복귀 기사들에 대한 유류세 보조 중단 방침은 지난 5월 최대합의 사항을 번복한 것이다. 5월 파업 당시 경유세 인하 문제는 차량소유권 보장과 함께 최대쟁점이었으며 7월 이후 경유세 인상분을 정부가 전액 보조하는데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파업이 마무리 됐었다.

이처럼 정부의 강경대응, 노정합의 번복 등의 행위는 "화물연대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오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대화를 통한 사태해결 자체를 원천봉쇄하고 있다는 지적이 노동계는 물론, 노동부에서도 나온다. 노동부 한 관계자는 "산자부와 건교부는 강경책만이 사태를 빨리 해결하는 방안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김종인 의장은 "정부가 대화에 나서 차량소유권이나 다단계문제에 대한 해결의지만 보여주더라도 일괄타결 방침은 언제든지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학태 기자(tae@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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