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업체의 강경 방침에 맞서 업무복귀 거부의사를 밝힌 화물연대가 24일 협상 재개를 요구한 것은 대화의지를 먼저 밝혀 파업에 따른 비난여론을 희석시킴과 동시에 이후 지속될 파업에서도 명분상 우위를 점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또 일괄타결 방침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화물연대가 운송업체와 정부측에 먼저 교섭을 요청함으로써 업체와 정부측의 ‘선복귀 후협상’ 방침 변화여부가 국면전환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화물연대가 교섭 재개 의사를 밝힌 24일이 일요일인 관계로 업체와 정부측 답변은 오후 늦게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부와 업체의 선복귀 후교섭 입장은 쉽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 업체가 화물연대에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는 것과 지난 5월 파업 때처럼 정부가 적극 개입해 업체를 압박하는 선례를 남겨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말 화물연대 파업 찬반투표 이후 집중교섭을 가져 일정부분 합의를 도출하고 지난 22일 새벽까지도 협상을 벌였던 컨테이너 업체와 25일까지 인상요율안을 통보하겠다던 BCT업체가 돌연 업무복귀 시한을 정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컨테이너 업체들은 “하나 마나한 교섭은 더 이상 진행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해 일괄타결을 위해 컨테이너 기사들까지도 파업에 돌입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그러나 화물연대측은 22일 새벽 업체가 제시한 운임인상안 13%는 서울과 부산 왕복 운임료에만 해당하는 데다가 노조활동 보장에 대한 시각차가 컸다며 정부와 업체가 파업을 단순한 BCT 동조파업으로 평가절하 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화물연대에 밀려서는 안된다는 인식은 관련 정부부처 내에서도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와 경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조속한 협상 재개를 주장하는 부서는 노동부 뿐으로 건교부와 산자부, 청와대까지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

특히 업무 미복귀시 계약해지를 결정했던 컨테이너와 BCT업체 모임은 각각 건교부와 산자부가 소집한 것으로 알려져 정부의지를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 5월 파업 때처럼 정부가 사용자측을 압박해 협상자리로 불러들이는 사례를 되풀이해선 곤란하다는 것으로 특히 산업자원부가 이같은 인식이 강하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노동부를 배제시키려는 분위기마저 일부 정부부처에서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부처 내의 이런 분위기로 인해 지난 23일 고건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운송업체와 화물연대간 대화를 적극 주선, 파업 조기해결을 유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실현가능성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BCT부분의 소관부처인 산자부는 여러 차례 중재의사를 밝혔지만 독려하는 수준에 그친 적이 많다”며 “국무총리 의중을 정확히 알아야겠지만 경직된 노사관계 인식을 가진 산자부가 정책조정회의 결정사항을 얼마나 이행을 할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반면 화물연대 파업의 경우 국가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지대한 만큼 지난 5월 파업처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업체들이 협상테이블에 나서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특히 업체들의 경우 화물연대가 대화요청을 먼저 하고 나온 이상 이를 거부할 경우 명분도 약해지게 돼 25일 대화가 재개된 뒤 사태가 급속도로 진전될 가능성도 있다.

김학태 기자(tae@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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