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저녁 8시부터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화물연대와 컨테이너 업체는 밤새 교섭을 벌였으나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렬됐다. 화물연대가 운임을 평균 15% 올릴 것과 노조활동 보장을 요구한 데 대해, 운송업체는 운임 13% 인상안과 노조활동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또 이번 사태의 핵심쟁점인 분말 시멘트 트레일러(비시티) 운송료 협상 역시 이날까지 일정조차 잡히지 않을 정도로 난항을 겪고 있다. 비시티 업계 대표들은 지난 21일 밤 팩스로 “7개 생산업체별 교섭을 전제로 오는 25일까지 운임조정안을 제시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내용을 화물연대에 보냈을 뿐 이날까지 협상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화물연대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일괄타결이 불변의 원칙은 아니며 전 조합원에게 혜택을 주는 다른 방식으로 결정할 수 있다”라고 밝혀 일괄타결을 고집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물류 차질 정도도 점차 심해지고 있다. 이날 부산항의 신선대부두와 자성대부두 등에서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평소의 65%선으로 줄어 전날보다 11% 정도 떨어졌다. 수도권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의왕 내륙 컨테이너 기지의 처리량도 평소보다 줄어 오전까지 하루평균 처리량의 23%에 머물렀다.
강원지역에서는 강릉 한라시멘트, 동해 쌍용양회의 물류 운송이 중단되고 충북 단양지역 시멘트 회사의 물동량도 평소의 10%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번 화물연대 파업 이후 노조가입 차량이 크게 늘어난 인천항도 컨테이너 수출입 화물 수송이 30% 가량 줄어들었다.
정부는 이날 오전 부산에서 허성관 해양수산부 장관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고 군인력·수송장비 동원과 철도열차 증강 등 비상대책을 마련했으나 운송거부 사태가 주말을 넘길 경우 ‘제2 물류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천일정기화물자동차(주) 등 컨테이너 운송업계를 대표하는 12개사는 이날 오후 건설교통부에서 회의를 열어 “화물연대가 23일 이후에도 운송거부를 계속하면 위수탁계약을 해지하고 앞으로 다시는 이들에게 운송의뢰를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화물연대가 23일까지 업무에 복귀한다면 그동안 업계가 제시한 인상률을 적용해 운송료를 인상하겠다”는 방안을 화물연대 쪽에 제시했다.
이에 대해 화물연대는 오후 5시부터 집행위원회를 열어 대응방침을 정하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강세준 정혁준 강김아리 기자, 의왕 부산/김기성 최상원 기자 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