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인 15일 보수와 진보진영이 서울 도심에서 각각 ‘한미공조’와 ‘반미’를 내세우며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서 양측은 날카로운 대립 양상을 보여 서울 도심에 종일 긴장감이 감돌았으나경찰의 철저한 경비 등으로 우려했던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광복절에 이 같은 남남(南南) 갈등이 빚어진 것은 2001년 이후 3번째다.

▽보수진영=자유시민연대 재향군인회 한국기독교총연맹 등 보수단체 소속 5000여명은 이날 오후 4시 서울시청 앞에서 ‘건국 55주년 반핵·반김 8·15국민대회’를 갖고 서울역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이날 집회에는 최병렬(崔秉烈) 한나라당 대표, 이철승(李哲承) 자유민주민족회의 대표상임의장 등이 참석했다. 이 의장은 대회사에서 “김대중(金?中)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건국정신과 정통성을 부정하고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을 추종해 나라를 망쳐놓았다”고 주장했다.

또 탈북자 구호활동을 해온 독일인 의사 노베르트 폴러첸은 “북한 사람들이 굶는 것은 김 위원장이 식량을 독재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집회 도중 김일성 동상 모형 해체식, 대형 인공기 및 김 위원장 초상화 화형식 등을 가졌으며 ‘한미갈등 조장하는 반역세력 타도하자’고 적힌 대형 애드벌룬을 띄우기도 했다.

▽진보진영=한총련과 통일연대 등 진보단체 소속 6200여명(경찰 추산)은 이날 정오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반미·반전 청년학생 대행진’ 행사를 갖고 종로2가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반전반핵’ 등이 적힌 플래카드와 피켓 등을 들고 “살인미군 철수하라” “6·15 공동선언 이행으로 우리끼리 통일하자”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시민들에게 배포한 유인물을 통해 “미국의 전쟁연습으로 한반도 전쟁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오후 5시경 종각역 네거리에서 권영길(權永吉) 민주노동당 대표, 나창순 통일연대 상임공동 대표 등 9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반전 평화 8·15 통일 대행진’ 행사를 가졌다.

또 오후 8시에는 광화문 동아일보 사옥 건너편 소공원에서 1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미군 장갑차 사고로 숨진 효순, 미선양에 대한 촛불 추모행사를 열었다.

▽경찰 대응과 시민 불편=경찰은 114개 중대 1만2000명과 경찰 차량, 살수차 등을 동원해 시청앞과 종각역, 광화문을 연결하는 모든 도로에서 검문검색을 실시, 양 진영의 접촉을 철저히 차단했다. 또 성조기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모형 등 시위용품이 집회 현장에 반입되는 것을 막았으며 이 과정에서 일부 참가자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집회로 휴일임에도 서울 도심은 밤늦게까지 극심한 교통정체가 빚어졌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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