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를 닷새 지났으나 여전히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13일 오전 인천 남동공단 내 석촌도예 앞. 6시간 부분파업에 들어가자마자 직장폐쇄를 단행한 회사에 맞서 투쟁중인 민주노총 석촌노조 조합원들과 양대노총 통일선봉대 150여명이 악덕사업주를 규탄하는 구호와 통일을 위한 구호를 함께 외치고 있었다.

4년전부터 8월 이때쯤이면 투쟁사업장에서 울려 퍼지는 통일구호이지만 올해는 특히 한국노총 1기 통일순례단이 동참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다르다.

13일간의 빡빡한 일정과 노숙이나 다름없는 거친 생활 속에 지칠만도 하건만 "6·15 선언 실현하여 조국통일 앞당기자"란 구호를 우렁하게 외치는 한국노총 통일순례단 단원 충남지역노조 권오대(33) 교육문화국장을 만났다.

지난 1일 대구에서 시작한 양대노총 통일선봉대는 창원, 마산, 부산, 울산, 광주, 부안, 군산, 천안, 평택, 강릉, 원주를 거쳐 13일 밤 상경에 앞서 마지막 순회 활동을 인천에서 펼쳤다. 통일순례단을 태운 버스는 벌써 서울과 부산을 5번 왔다갔다할 정도의 거리인 3,500km를 달렸다.

권 국장은 "지역에서 통일운동을 접하면서 나도 온몸으로 통일운동의 열기를 느껴보고 싶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눈 통일운동의 경험을 지역에 퍼트리고 싶었다"며 참가이유를 밝혔다. 권 국장은 지난 2001년 천안에서 윤금이 씨 등 미군범죄 희생자들을 다룬 사진전을 본 뒤 자신이 몰랐던 사실에 대해 후회하고 언론과 책을 통해 통일열망을 키워오면서 통일순례단 활동을 하고 싶었다고 하니 2년여만에 꿈을 이룬 셈. 지난해부터 한국노총쪽 대표로 참가한 '여중생 범대위' 활동은 노조활동에서 통일운동에 대한 고민의 비중을 높이는데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하지만 통일순례단 활동이 처음인 한국노총은 문예패가 꾸려진 민주노총에 비해 교육이나 선전내용 준비가 부족한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Fucking USA' 노래에 맞춰 거리에서도 공연을 할 정도다. 하루 두, 세시간만 자면서 새벽까지 연습한 결과다. 권 국장은 새벽까지 율동 연습했던 것을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꼽았다. 30대 초반부터 40대 초반까지 남성으로 구성된 이들이 새벽까지 춤을 익히기 위해 '고군분투'했을 모습을 상상하니, 그럴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통일순례단에서도 지난 7일 한총련의 미군기지 내 항의집회 얘기는 단연 화제였다. 권 국장은 한총련의 이번 시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다. "물론 잘했다고 생각해요. 스트라이커 부대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환기시켜준 계기가 됐다고 봅니다."

하지만 얼마전 외기노련이 통일순례단과 관련해 한국노총 내 불거지는 '반미'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데서 보듯 한국노총 내에서 통일운동과 관련한 의견차는 여전하다.

하지만 권 국장은 향후 전망에 대해 낙관적이었다.
"한국노총에서 통일을 염원하는 사람들이 말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의견대립은 심화되겠지만, 의견대립 과정에서 발전과 진보적인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미래는 결국 오늘의 과제일 터. 권 국장은 이번 통일순례단 활동을 돌이켜보면서 자신이 현장에서 무엇을 해야할지를 이렇게 얘기했다.

"이번 통일순례단에 대부분 연맹 상근간부들이 참여하고 조합원이나 현장간부들의 참여가 저조한 것이 아쉽네요. 하지만 현장 조합원들이 순례단을 환영하고 호응해주는 것을 보면서 이제 시작이란 생각을 했어요.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통일'을 외치지 않고 어렵다는 경험과 생각을 더 많은 조합원들과 공유하는 게 우리 과제겠죠."
송은정 기자(ssong@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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