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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경영참가는 새 비전 위한 초석"
조건준(금속산업연맹 정책국장)

언론이 노조의 경영참가요구를 둘러싸고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
"왜 이렇게 난리인가?" 의아할 정도다. 굳이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참법)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대공장만이 아니라 중소사업장에서도 단체협약을 통해 아웃소싱이나 신공장 설립 등에 대한 조항들을 무수히 만들어 왔다. 경영참가는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 그 방향과 정도, 방식이 문제일 뿐이다.

그런데도 '노조의 경영참가에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라는 매우 낡은 논법이 동원된다. 섬뜩한 논리다. 재계와 언론의 주장은 "경영권은 우리 것이니 손대지 말고 니들은 일만 하라"는 식이다. 그렇다면 반대의 논리가 성립한다. "노동권은 우리 것이니 노동자가 근로를 제공하든 말든 상관 말라." 기업경영과 경제상황에 상관없이 파업을 해도 된다는 논리를 부추기는 것이다. 노골적으로 적대적 투쟁을 선동하는 행위다. 그동안 언론과 재계가 주장해온 노사상생이니 '윈-윈'이니 하는 것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그럼 왜 노조는 경영참가를 계속 요구하고 있는가. 구제금융이라는 경제위기와 함께 몰아닥친 혹독한 구조조정을 경험했다. 고도성장, 재벌의 대마불사 신화가 붕괴되었다. 기업, 산업, 경제상황에 따라서 얼마나 철저하게 노동자의 고용과 생존이 흔들리는가를 경험했다. 그래서 더더욱 분배만을 주장할 수 없다. 노조는 미래에 대한 예측을 원한다.

올해 자동차대공장을 비롯한 노조들은 신차종 개발이나 해외진출 등 투자계획에 대한 경영정보의 공유와 결정과정에 참여하기를 원했다. 세계경영의 신화가 무너진 대우차에서 얼마나 격렬한 투쟁이 있었는지 알 것이다. 그러고도 1,750여명이 정리해고 되었다. 현대차의 캐나다 구르몽 공장의 투자실패로 그 손실은 고스란히 국내노동자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는 해외투자에 대해 그 성공가능성을 확인하기를 원하고 실패의 경우에 대비책을 마련할 것을 원하고 있다. 볼트와 너트를 조이는 단순반복작업을 하는데 신차를 생산하려면 또 생산라인과 작업방식이 바뀐다. 신차투입계획을 미리 알고 어떤 방식으로 노동을 할 것인지를 미리 준비하는 것은 왜 안 된단 말인가.

현재의 경영참가 요구는 아직 방어적이고 수동적이다. 경영계획이 노동에 미칠 영향을 미리 준비하자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앞으로는 기업의 발전전략, 산업의 발전전략을 고민하고 노조의 책무를 분명히 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첫째로 예측 가능한 기업운영을 통한 노사관계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 둘째로 경영목표에 대한 노사공유를 통해 노동자들의 책임을 향상하는 것, 셋째로 미래에 닥칠 기업변동을 미리 예측하여 갈등 요소를 사전적으로 조절하는 것. 넷째로 낡은 저임금 정책을 통한 저가의 가격경쟁력을 넘어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더 높은 수준의 경영에 대한 이해, 숙련도 향상을 통해 양질의 노동력을 만들어 나가는 것. 이 모든 것이 경영참가를 통해 가능한 것이다.

산업정책을 다루는 당국자들이 말한다. "스피드 경영이 필요하다. 시장과 공장이 밀접하게 연결된 유연한 생산체계가 필요하다." 고부가가치, 기술의 혁신, 새로운 생산체제 이 모든 것을 위해서는 경영참가는 불가피하다. 수동식 비행기는 핵심부위만 피하면 총알 몇 개 맞아도 날 수 있지만 첨단기술의 최신형 전투기는 어디 한대만 맞아도 아주 민감한 전자장치가 고장나버린다. 이런 원리와 똑같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제품주기가 단축되고 모델교체에 따라 그때마다 생산라인에서 협상들이 빈번해 진다. 이때마다 과거의 방식으로 충돌하면 시장변동을 따라 잡을 수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경영전략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되레 우리는 묻고 싶다. 한국경제, 한국의 산업발전의 비전과 전략은 무엇인가.
한국경제는 기로에 서 있다. 국가주도, 저임금, 노동배제적인 과거 고도성장의 향수로 후퇴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동력을 확보할 것인가.

낡은 저임금 전략과 노동배제적인 방식으로 말 그대로 13억의 저임금의 무궁한 노동력이 넘치는 중국과 경쟁해서 도대체 어떤 비전이 있단 말인가. 고부가가치 산업, 적절한 보상, 노동자들의 적극적인 기업경영전략과 산업정책 그리고 거시경제에 대한 이해 없이는 희망이 없다고 본다.

더 이상 낡고 섬뜩한 적대적 대결을 선동하지 말자. 허황한 2만달러 시대를 떠들기 전에 한국경제의 새 패러다임을 어떻게 일궈 나갈 것인가 하는 차원에서 노사관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함께 하자. 지금과 같은 적대의 선동은 노사 모두를 패배로 이끌 것이다.

조건준 기자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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