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가 현대자동차 임단협 타결을 계기로 사용자 쪽 힘을 강화하는 내용의 노동관계법 개정을 주장하고 나서자 노동계는 물론 정부 관련부처와 노동관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적지 않은 비판이 일고 있다.

산자부가 노동부 산하 노사관계선진화연구위원회에 건의했다는 ‘12개 개혁과제’의 내용이 참여정부의 노동정책 기조를 뒤흔들 정도로 파격적인데다, 이를 공론화한 절차와 형식도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은 7일 성명을 내어 “산자부가 내놓은 12개 개혁과제 모두 재벌이 그동안 노조활동을 무력화하고 노동자를 마음대로 해고하기 위해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다”고 비난했다.

산자부가 12개 과제의 논리적 근거로 내세운 ‘국제기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특정 국가의 법률이나 제도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사용자 쪽 입맛에 맞는 부분만 끌어왔다는 것이다. 가령 노조의 부당노동행위제도 신설이나 파업기간 중 대체노동의 허용 등의 근거인 미국의 ‘태프트-하틀리’법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1947년에 제정된 이 법은 2차대전 후 노조의 힘이 확대되면서 이를 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당시 미국 안에서 매카시 선풍으로 사회 전체가 ‘빨갱이 사냥’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기본권이 철저히 무시되던 상황이 빚은 산물이다. 미국에서도 오래전부터 이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고, 국제적으로는 대표적인 노동악법으로 꼽힌다.

현재 국내의 노사관계에서 실제로 사용자의 ‘대항권’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도 산자부와 노동계의 시각 차이가 크다.

산자부 방안은 직장폐쇄라는 소극적인 대항권으로는 대기업 노조의 강경투쟁을 막을 수 없어 적극적인 대항권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두산중공업과 철도청 등의 사례에서 보듯, 사용자 쪽은 불법 노동쟁의라는 이름으로 천문학적 손해배상소송을 거는 등 상당한 대항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배규식 노동연구원 박사는 “산자부가 제시한 방안들이 실제로 노사관계법 개정으로 이어지면, 정부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대기업 노조보다 교섭력이 약한 중소기업 노조들이 받는 ‘충격’이 더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심의 초점은 산자부가 제시한 12개 과제가 정부 안으로 채택될 것인가인데,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현재 정부의 노사관계 제도 및 법 개정은 노동부와 노사정위원회 두 축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산자부는 노동부 장관의 자문기관에 지난 7월에 건의한 것을 현대차 임단협 타결내용에 대한 재계의 반발을 등에 업고 불쑥 내놓았다. 노동부와 노사정위원회 관계자들은 7일 “산자부 건의안이 채택되기도 힘들며, 현재 각계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이런 안을 내놓아 괜히 분란만 일으키고 있다”며 대체로 산자부의 발표에 의아해했다.

박순빈 정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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