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안양시청 기자실에서는 삼덕제지 전재준 회장이 300억원대의 안양공장 부지를 안양시에 공원용지로 기증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회견이 열렸다. 이후 각종 언론에는 전 회장의 이런 선행에 대해 "가족이기주의 울타리 안에 사는 범상한 사람들로서는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치켜세웠다. 전 회장도 한 일간지에서 "43년전 공장을 안양에 설립한 후 안양시민들의 도움으로 회사를 성장시켰다"며 "그 동안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만큼 보상차원에서 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며 겸손해 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 회장의 이런 선행 으로 그늘이 드리워진 곳이 있다. 바로 수십년을 삼덕제지에서 일해온 61명의 삼덕제지 노동자들이다. 삼덕제지 노동자들은 IMF 이후 상여금 반납, 학자금 축소, 업무량 감소에 따른 잔업수당 감소 등으로 인해 약 1,000만원의 손실을 보았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길게는 30여년을 일해온 직장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처지에 놓인 것이다. 노조는 회사측이 안양 공장을 굳이 폐쇄하려 한다면 지난 98년 공장을 이전한 한국제지 수준에 맞춰줄 것을 요구했으나 회사측은 이를 거부하고 1인당 약 1,100만원의 위로금을 제시했다.

삼덕제지노조 최연수 위원장은 "안양시민에게 피해를 준 것에 대해 300억원의 공장 부지를 기증한 회사가 수십년간 일해온 직원들을 이렇게 박대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노조는 지난 4일 투쟁선포식을 갖고 앞으로 서울 혜화동 소재 본사 등에서 항의 농성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노조가 요구하는 퇴직금과 위로금을 모두 합할 경우 약 2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춘호 기자(ych01@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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