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들의 단체협약에 대한 불이행 문제는 노사관계에서 잦은 분쟁 사유가 돼 왔다.
특히 지난 96년 헌법재판소에서 단협 불이행에 대한 형사처벌이 위헌판결을 받으면서 현재로서는 단협을 지키지 않는 사용자들에게 마땅한 제재수단이 없는 현실이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임금관련 사항과 근로조건, 징계절차에 관련된 사항을 위반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두고 있지만 이나마도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그치고 있어 경제력이 있는 사용자들에게는 '솜방망이'에 불과하다.

단협은 노사가 균형점을 찾아 맺은 약속으로서 사용자들이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다시금 갈등을 겪게 되고 노사관계의 균형이 깨지게 된다. 더구나 단협 이행을 둘러싼 갈등은 노사관계의 신뢰가 붕괴된 속에서 종종 악성분규로 번기지도 한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단협 불이행이 민사상 계약불이행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행소송이나 손해배상소송을 통해 민사적 해결책을 찾아야할 사안으로 과도한 형사처벌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결정은 민사소송이 많은 비용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어서 현실적인 구제방안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단협 위반이 사실상 노사관계를 악화시키는 부당노동행위라는 점을 간과한 판결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더구나 단협 불이행은 예산미지급을 무기로 한 정부산하기관에서 심각한 상황이어서 정부가 단협 불이행을 통해 노사관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는 비난도 높다.

올해 상반기 산업자원부는 산하 한국산업기술시험원과 한국산업기술평가원에 이미 체결된 단협을 개정하라며 예산지급을 미뤘으며, 이에 따라 해당 사업장은 단협 이행을 촉구하는 노조와 단협을 이행하지 않은 채 기한이 1년 이상 남은 단협 개정을 요구하는 연구원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빚어졌다. 또 이 과정에서 정부와 연구원이 일부 조합원들을 통해 노조에게 단협 개정을 종용하는 상황까지 발생하는 등 노조에 대한 지배개입 의혹마저 제기됐다.

김선수 변호사는 "단협 위반은 사실상 단협을 거부하는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부당노동행위로 봐야 한다"며 "노동관계법의 부당노동행위 조항에 단협 불이행을 포함시켜 단협 불이행 사용자들에 대한 처벌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재홍 기자(jaehong@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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