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구(민주노총 전 수석 부위원장)

신자유주의 물결이 몰아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높은 파도에 휩싸이면서 수장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거대하게 선단을 형성하는 일단의 무리들이 형형색색의 깃발을 휘날리며 항해를 계속하고 있다. 이름하여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노동계급에게는 분할과 몰락을, 자본가 계급에게는 승리를 안겨다 주고 있다. 1970년대이래 계속된 경제불황은 자본주의의 위기를 낳았으나 자본은 이를 노동에 대한 전면적 공격의 기회로 활용하였다.

오늘날 세계화의 양상은 식민지 상품시장과 원료확보를 위한 전통적이고 군사적인 제국주의 침략과는 달리 금융지배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금융자본주의 일뿐만 아니라 제국주의적 금융의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가독점자본주의보다는 금융독점자본에 초점이 맞추어진 세계화는 제국주의의 동인이 산업자본이 아니라 금융자본이라는 점이 중요하게 지적되어 왔다. 이제 노동운동은 노동계급 내 단결과 투쟁만으로는 이 거대한 금융의 바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헤쳐나갈 수 없다. 금융에 대한 이해, 쉽게 말해서 자본주의 돈의 마술을 따라잡지 못하는 한 자본에 대한 투쟁의 전략 전술을 마련할 수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비즈니스 위크 선정 베스트셀러였던 그레고리 J. 밀먼의 <금융혁명보고서>(김태영 역, 길벗출판, 1998)는
19세기 <금융자본론>의 저자 R. 힐퍼딩이 주장한 '자본주의 공황의 형태는 금융공황임'을 역사 속에서 보여주고 있다. 권력은 어떻게 정부로부터 시장으로 이동하며 국가는 역사적으로 어떻게 통화를 통해 민중을 약탈하는가를 설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워너 본펠드와 존 홀러웨이의 <신자유주의와 화폐의 정치>(이원영 역, 갈무리, 1999)는 노동과 자본과의 관계를 아주 구체적이고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개념을 명확하게 하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노동과 자본과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노동계급이 자본축적의 자원으로 될 수밖에 없고 그것이 바로 부르주아 혁명의 본질임을 설명해 준다. 자본주의 축적위기는 노동의 불복종 권력이며 따라서 노동권력 출현 없는 역사는 자본의 역사임을 말해 준다.

1997년 말부터 IMF위기, 경제위기, 외환위기 등 다양하게 불리워졌던 위기는 바로 '부채위기', 또는 '화폐위기'이자 이는 자본의 노동에 대한 착취위기였는데, 자본은 이를 기회로 이용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케인즈주의가 노동자계급의 조직적 힘에 대한 인정이었다면 신자유주의의 화폐정치는 노동권력을 봉쇄하는 것이며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전지구적 총노동과 총자본과의 관계에서 노동에 대한 착취가 곧 자본에 있어 잉여를 낳고 이를 개별 국가간에 경쟁을 통해 분배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는 점이다.

이 책은 크리스띠안 마릿찌(제네바 로잔대), 해리클리버(텍사스 오스틴대), 피터 버넘(영국워릭대)의 글을 중심으로 두 명이 새롭게 구성하여 모두 9편의 논문으로 구성하고 있는데 읽는데는 좀 시간이 걸리고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나 오늘날 신자유주의 공세를 막아내는데 필요한 이론적 무장과 투쟁에 대한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좋은 책이기에 <금융혁명보고서>와 함께 묶어 읽기를 권한다.

마지막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관련해 한스 피터 마르틴과 하랄드 슈만의 『세계화의 덫』(강수돌 역, 영림카디널, 1997)과 미셀 초스토프스키의 <빈곤의 세계화>(이대훈 역 , 당대, 1998)를 꼭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책들은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세계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화가 어떻게 전 세계 민중의 절대다수를 가난하게 만들어왔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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