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 시달리는 서민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가족들을 살해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경기 용인경찰서는 30일 카드빚 등을 갚지 못하자 노모와 아들을 살해하고 아내까지 살해하려 한 혐의(존속살인 등)로 조아무개(34·용인시 풍덕천동 ㅅ아파트)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의 한 인터넷 통신장비회사 판매원인 조씨는 선·후배 등에게 빌린 돈과 카드빚 등 1억원을 갚지 못하자 지난 29일 오후 4시께 자신의 집에서 어머니 양아무개(68)씨와 아들(3)를 목졸라 살해한 뒤 같은 날 오후 10시50분께 회사에서 퇴근한 부인(30)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체포 당시 조씨도 흉기로 손목을 자해해 피를 흘린 채 거실에 쓰러져 있었다.

이에 앞서 지난 29일 저녁 7시30분께는 전북 완주군 삼례읍 삼례교~하리교 사이 둑길에 세워져 있던 카렌스 승용차 안에서 이아무개(33)씨와 이씨의 부인 유아무개(25)씨 등 일가족 4명이 숨져 있는 것을 김아무개(54)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차 안에 독극물이 든 병과 ‘애들을 놓고 갈 수 없어 데리고 간다’는 내용의 유서 2장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이씨 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지난 2월 말 주류상사에 근무하면서 회사 공금 3천여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퇴직한 뒤, 채무 변제 요구에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날 오후 5시께는 광주시 서구 쌍촌동에서 사글세방에 살던 김아무개(61)씨가 목을 매 자살했다. 4급 장애인으로 혼자 살면서 막노동으로 생계를 꾸려온 그는 집 주인(41)에게 ‘미안하다. 통장에 남은 돈(710만원)으로 주검을 처리해 달라’는 유서를 남겼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김씨가 왼쪽 다리의 마비 증상이 심각해지면서 일감을 찾기 힘들어지자,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해왔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 1시10분께는 전남 해남군 해남읍 한 여관에서 최아무개(54·선박 기관사·전남 목포시 용당동)씨와 부인 김아무개(47)씨가 독극물 등으로 동반 자살했다. 부인 김씨는 자녀들의 미용실 개업자금 등을 마련해주기 위해 카드대출 등으로 5천여만원의 빚을 냈다가, 채권자들의 독촉에 시달리자 해남으로 피신해 식당 일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용인 광주 전주/홍용덕 정대하 박임근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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