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가 하강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경기 위축이 은행 부실화를 심화시킨다는 실증 분석이 나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28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경기 순환과 은행 부실화 관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최근 20년간(1980~1999년) 경기와 은행경영 상황을 조사한 결과 경기 상승기에는 은행들의 불량 여신이 줄어들지만 경기가 수축기에 접어들면 도산기업 증가 등으로 은행들의 부실여신 비율도 급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0~84년의 경우 정부 정책 아래 급성장해 온 해운·해외건설업체와 섬유, 기계, 목재업체 등이 부실화하면서 은행들의 ‘고정’ 이하 부실여신 비율이 4%에서 10.6%로 상승했으나 85~89년에는 경기 호황을 타고 이같은 여신비율이 4.6%로 떨어졌다.

‘고정’ 이하 여신이란 기업들이 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금의 원금과 이자를 3개월 이상 연체한 불량여신을 말한다.

90~96년은 중소기업의 대량 부도기. 고비용·저효율의 경제구조 영향으로 중소기업 부도가 증가했지만 증시 활황 덕택에 은행들이 부실여신 비율을 8%에서 3.9%로 낮출 수 있었다.

그러나 97~99년에는 경기침체와 금융권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기업 도산이 증가, 은행들의 부실여신이 6%에서 13.6%로 급상승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 강화에 따라 부실여신비율이 증가한 면도 있다”며 “이는 은행들의 잠재부실이 이미 반영됐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경기가 하강하더라도 당분간은 부실 여신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경기연착륙에 실패하는 경우 기업들의 부도 증가와 경영난 악화로 은행들의 부실 규모는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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