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사관계가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노사정의 역학구도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상반기 노사관계가 단위노조의 임단협교섭이라는 토대 위에서 진행됐던 것에 비하면 하반기 노사관계는 노동시간 단축 등 제도개선, 공공부문·금융산업 구조조정 등 전국적인 쟁점이 떠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하반기에는 단위노조 보다는 상급단체의 역할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노-사간의 관계보다는 노-정간의 관계가 중심축을 이루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노정관계가 중심축이 되는 하반기 노사관계에서 눈여겨 볼 것은 양대노총의 행보다. 특히 양대노총이 공동대응을 하느냐는 중요한 변수다. 과연 양대노총은 손을 잡을 수 있을 것인가.

먼저 현재 양대노총이 안고 있는 쟁점을 살펴보자. 한국노총을 보면 금융노조는 은행권에서 다시 불기 시작한 대규모 인원감축 바람이 쟁점이 되고 있고, 공공부문 민영화, 1급직 개방형임용제 등이 쟁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총의 경우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사회보험노조 파업, 스위스 그랜도호텔 노조 등 상반기에 해결되지 못한 쟁점들을 안고 있다.

양대노총은 이런 쟁점을 놓고 엇갈린 행보를 걷고 있다. 그 분기점은 바로 노사정위원회다. 한국노총은 노사정위에 참여를 하고 있는 상황을 지렛대로 삼아 일단은 노사정위를 통한 대정부 압박을 하고 있다. 이미 공공특위에서 1급직 개방형 임용제를 제기하고 있고, 은행권 구조조정도 노사정위 금융특위에서 노정 합의사항 이행 차원에서 대응할 태세를 하고 있다.

이에 비해 민주노총은 대정부투쟁과 노정 직접교섭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지난 주 민주노총 단위노조대표자 수련회에서도 민주노총은 사회보험노조의 투쟁 지원과 서울역 농성을 계속하기로 했다. 금융산업·공공부문 구조조정과 관련해 제2금융권노조가 포진해 있는 사무금융노련과 공공연맹은 노정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양대노총의 엇갈린 행보가 하반기 내내 계속될 것 같지는 않다. 양대노총은 하반기에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보호제도, 전임자 임금문제 등 같은 제도개선 요구를 할 준비를 하고 있고, 쟁점에 대한 이해도 거의 일치하고 있다. 이미 비정규직 보호 등 쟁점과 관련해서는 비정규직공대위 등을 통해서 공동보조를 맞추고 있기도 하다.

이런 양대노총의 제도개선에 대한 공감대는 양대노총의 공동대응을 가능케 할 구심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구심력은 하반기 제도개선 쟁점들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노사정위원회의 역할이 한계를 보일 경우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볼 때 노사정위원회에서 잡고 있는 노사정 합의시점이 10월 중순 정도라고 본다면 현재와 같은 양대노총의 엇갈린 구도는 10월 중순 이후에 새로운 국면전환의 계기를 맞게 될 것 같다.

이런 노정관계 구도의 또하나의 변수는 정부의 역할이다. 지금부터 10월 중순까지 노사정위원회에서 쟁점에 대한 의견접근을 어느정도까지 만들어 낼 것인지, 민주노총이 안고 있는 사회보험노조 등 쟁점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등에 따라 하반기 역학구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노동정책 책임자에게 그것은 중요한 과제다. 특히나 최근 노동부 장관 , 노사정위원장, 청와대 복지노동수석 등 노동정책의 핵심 포스트가 모두 바뀌었다. 이런 점에서 하반기 노정관계는 이들 노동정책 책임자들의 전문성과 조정능력을 시험받는 첫 시험대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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