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 시도돼 관심을 모았던 금속노조 산별중앙교섭이 지난 7일 사용자들의 갑작스런 위임 철회로 결렬됐다.

이날 위임을 철회한 사업장은 처음부터 교섭에 참여해 온 98개 사업장의 75%에 이르는 73개 사업장.
당초 노사는 지난 주말 축소교섭에서 제출된 사용자측 최종안을 중심으로 일부 조항에 대한 의견조율을 거친 뒤 이날 열린 11차 교섭에서 최종합의를 시도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날 제출된 사용자측 교섭대표의 주5일 근무제 관련 최종안에 불만을 느낀 사용자들이 집단 행동에 나선 것.

결국 이날 교섭시작 10분만인 오후 3시40분 정회됐던 교섭은 저녁 10시40분 속개될 예정이었으나 위임 철회 사업장들이 계속 늘어남에 따라 사용자측 지역교섭대표 대부분이 교섭 참석을 거부, 결국 노조가 교섭결렬을 선언했다.

특히 경남지역의 경우 20개 사업장 가운데 1곳을 제외한 전부와 구미, 부산양산, 울산, 인천, 대구 등의 거의 대부분 사업장이 위임 철회서를 제출했다. 8일 현재 충남, 대전충북 등 25개 사업장만이 교섭권 위임을 철회하지 않은 상태다.

▶사용자측 위임 철회 배경= 이와 같은 사용자들의 집단 위임 철회는 주5일 근무제 조기실시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지난 4일 축소교섭을 통해 제출된 '올해 10월 실시' 안을 상당히 버거워한 데다가 이날 한나라당 총무 발언 등 7월말 입법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교섭대표에게 "너무 앞서나가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된 것이다.
또 현대자동차가 아직 타결되지 않은 상황이 대부분 부품사들인 금속노조 사용자들을 주저하게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

탈퇴서를 제출한 한 사업장 관계자는 "현대자동차 등 완성사보다 하청업체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원청사조차 아직 합의하지 않고 있는 주5일 근무제를 선뜻 합의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더구나 사용자단체가 구성돼 있지 않다 보니 교섭과정에서 사용자들 내부의 충분한 논의와 동의 절차를 거치지 못한 것도 사용자들의 집단반발을 불어온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노조가 교섭 전후 내부회의를 거치며 의견을 조율해 왔지만 사용자측은 교섭대표인 발레오만도 박원용 상무가 사실상 교섭을 주도해 왔다는 평가다.

경남지역 한 사업장 관계자는 "교섭이 더디게 가더라도 충분한 내부조율을 거쳐야 하는데 무리하게 안을 낸 측면이 있다"며 "사용자들이 충분히 교섭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불만이 컸다"고 지적했다.

▶ 노조 중앙교섭 재개 주력= 노조는 중앙교섭을 재개하기 위해 주력한다는 방침이나, 이의 실현여부는 위임을 철회한 사업장을 어느 정도 돌려세우느냐에 달렸다.

이와 관련, 금속노조는 7일 교섭결렬 이후 비상중앙집행위원회를 갖고 전면투쟁을 결의한 상태이며 8일부터 위임 철회 사업장에 '향후 중앙교섭에 성실히 참여하겠다'는 확약서를 받고 있다. 또 9일과 10일에는 확약서를 제출하지 않는 위임 철회 사업장에서 4시간 부분파업을 벌인다는 방침이며 10일까지 중앙교섭이 재개되지 않을 경우 11일 전 사업장에서 전면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특히 노조 임원들이 사용자들의 반발을 주도한 사업장을 직접 방문, 중앙교섭 참가를 촉구하고 있고 사용자들로서도 집단교섭에 대한 부담이 중앙교섭을 먼저 제안한 배경이었던 만큼 노조의 또 다른 반발을 무릅쓰고 중앙교섭을 포기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교섭이 재개되더라도 교섭대표 문제를 해결하고 주5일 근무제 조기실시에 대한 사용자들의 동의를 이끌어 내는 것은 여전히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
김재홍 기자(jaehong@labornews.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