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위원장 윤영규)가 '돈보다 생명을!'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올해 의료의 공공성 강화를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26개 지방공사의료원지부는 오는 11일 '의료의 공공성 강화'를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노조는 지방공사의료원의 '제자리 찾기'가 의료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첫걸음'이라며 이번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공공의료기관 9%= 한국은 민간의료기관이 전체의료기관의 91%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등 미국 66.8%, 일본 64.2% 보다도 훨씬 많은 수치다. 이는 공공의료기관이 9%에 머문다는 의미로 그만큼, 공공의료가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구나 9%의 공공의료기관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한국에 공공의료는 없다"는 자조적인 비난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 지방공사의료원이 경제논리로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대표적 사례다.

"민간병원에서 돈이 안 된다고 내팽개친 저소득층과 의료보호환자, 행려환자들을 지방공사의료원이 돌봐왔습니다. 서민들은 저렴한 진료비 때문에 지방의료원을 이용한다고 하죠. 그런데 이런 지방공사의료원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습니다.. 돈벌이가 안 된다는 겁니다. 돈이 없는 사람을 위한 의료기관을 돈이 없다고 내몰다니…. 공공의료의 현주소입니다."

보건의료노조 주미순 조직부국장의 얘기다. 전국 34곳의 지방공사의료원 가운데 군산, 마산 등 3곳이 이미 민간에 위탁됐으며 나머지 의료원도 경영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강진의료원의 경우 수익성 문제로 소아과, 산부인과가 폐지된 상태다.

이처럼 지방공사의료원이 공공의료기관으로서 기능을 하기 위해선 우선 주무부서가 행자부에서 복지부로 이관돼야 한다는 게 노조의 판단이다. 지금껏 관리부처가 행자부인 관계로 의료기관인 아닌, 지방공기업 정도로 인식돼 국가보건의료정책 수행을 위한 운영보다는 경영의 수익성 측면이 더 강조돼 왔다는 것이다. 노조 이주호 정책국장은 "지방의료원이 민간병원과 동일한 수익구조와 운영질서를 강요받고 있다"며 "그 결과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던 최소한의 공적 성격마저 심각하게 훼손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주무부서 이관 요구는 지방공사의료원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보건의료정책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며 반드시 관철돼야 한다는 게 노조 입장이다.

서울대학교 김용직 의대교수도 "9%의 공공의료 기관들이 행자부, 복지부, 교육부 등 주무부처가 달라 정책의 일관성을 갖고 집행하기가 어렵다"며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서는 국가개입이 불가피한 만큼 정책 집행이 전국적 차원에서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주무부서 정비 등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노조는 지방공사의료원과 관련, △위탁 운영되고 있는 군산, 마산의료원 환원 △수익성 위주의 경영진단을 중단하고 평가체계를 공공성 중심으로 전환 △지방공사의료원 실정에 맞는 예산편성 지침 제정 △지방공사의료원 예산 대폭 증액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공약을 지켜야"= 노조는 이런 요구를 정부가 파업을 막기 위해 들어준다는 관점보다 정부 공약을 이행한다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노조 이주호 정책국장은 "공공의료기관 30% 확대와 공공의료기관 연계체계 구축 등은 노무현 정부의 공약사항"이라며 "주무부서 일원화와 부도·폐업 사업장 공공병원화는 공약을 실천하는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11일 파업을 앞두고 7, 8일 잇따라 행정자치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김소연 기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