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간 이견으로 임금협상을 시작조차 하지 못한기아자동차 노조가 사측의 교섭거부에 반발, 본격적인 파업수순에 돌입했다.

임금협상 테이블에 앉아보지도 못한 채 회사측의 상견례 불응을 이유로 노조가쟁의행위에 들어가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8일 기아차와 노조에 따르면 기아차 노조는 지난 3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으며 10일간의 조정기간을 거쳐 오는 14일 쟁의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뒤22일 조합원 파업찬반투표를 실시키로 했다.

노조측은 추후 구체적인 파업 일정 등 세부 투쟁방침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기아차 노사는 그동안 임협 안건 내용을 둘러싸고 계속 대립해왔으며 이에 따라협상은 상견례 조차 열리지 못한채 계속 표류해왔다.

노조는 지난달 14일 요구안을 확정, 회사측에 전달하면서 상견례일로 24일을 제안했으나 사측이 `임금외 다른 사항은 안건에 포함시킬 수 없다'며 요구안을 반려했고 이후 2일 상견례할 것을 재차 제안했으나 회사측이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는 임금 기본급 대비 11.1% 인상 및 성과급 200%+α 인상 외에 △주 40시간제 도입 △고용안정을 위한 현대.기아차간 신차종 적정 분배 △비정규직 처우개선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측은 올해는 임금협상만 해당되기 때문에 내년에 갱신기간이 돌아오는 단체협상의 내용은 안건으로 채택할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측은 `임금과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보충협약 형태로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이같은 노사 대립으로 계속 상견례가 미뤄지자 `회사측이 요구안 발송후 17일 이내에 상견례에 응하도록 돼있는 단협 조항을 파기했다'며 파업 쪽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노조측의 이같은 방침은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지도 못한 상태에서 임협이 무작정 지연되는 것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 사측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풀이되나 회사측이 `노조가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협상에 응할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양측의 신경전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현대차에 이은 제2의 대규모 사업장(조합원수 2만3천525명)인 기아차 노조가 파업 방침을 확정할 경우 막바지 단계로 접어든 올 노동계 임단협의 또다른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안건 내용을 이유로 협상 자체를 거부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대화 자체에 응하지 않는 것은 명백히 성실한 교섭의 의무를 파기한 것이니만큼 조정신청 결과와 상관없이 단체행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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