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이 나흘 만에 무사히 끝났지만, 이번에는 무려 8000명이 넘는 중징계 대상자의 처리를 놓고 철도청이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징계절차를 밟는 데 필요한 엄청난 업무량은 둘째치고라도, 실제로 이들을 모두 파면·해임·정직(停職·최하 1개월 이상)으로 중징계할 경우, 기관사 등 필수요원이 부족해져 열차의 정상 운행마저 어려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밤 정부의 최종 복귀명령에 응하지 않아 중징계 대상이 된 철도노조원은 총 8209명으로, 전체 조합원(2만1272명)의 무려 38%에 달한다. 이 가운데 천환규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본부 및 지방의 간부 624명은 이미 직위해제됐다.

직위해제자들 가운데 200명 이상이 기관사들이어서 벌써부터 운전 인력이 부족한 상태. 철도청은 이 때문에 경전선·대구선·동해남부선 등의 승객이 적은 객차 2~4짜리 ‘미니열차’ 하루 22회의 운행은 당분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승무사무소로 출근은 하지만 열차를 배정받지 못한 채 종일 대기하다가 퇴근하게 된다.

전국 기관장에게 8209명에 대한 징계요구서를 제출토록 지시한 철도청은 오는 10일 대전 본청에서 징계대상자 50명을 출석시킨 가운데 첫 징계위원회를 열 예정. 이후 매주 두 차례씩 비슷한 규모로 징계를 확정해가기로 했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한 달 400명씩, 무려 1년 8개월이나 걸린다. 철도청은 “징계위가 거듭되면 유형별 처리 선례가 나오므로 가속도가 붙겠지만, 마무리하자면 적어도 1년은 걸릴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정작 문제는 이들 8209명 가운데 열차 운행의 핵심인 기관사(조수 포함)가 3869명(47%), 그리고 정비·검수 등 차량직이 3166명(38%)으로 무려 85%에 이르는 점이다. 기관사는 총 4650명 가운데 83%, 총 5395명인 차량직의 중징계율도 57%에 달한다.

철도청은 “다수는 정직 처리되겠지만, 특히 기관사의 경우 ‘강성파’가 많아 무더기 파면·해임이 이뤄질 것 같다”며 “처분 시기를 아무리 조절해도 운행 차질은 거의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파업 돌입 선언 직후 농성장에서 경찰에 연행돼 업무복귀 각서를 쓰고 풀려나고도 파업에 재합류한 996명에 대한 형사고발도 별도로 진행 중이어서 초기의 결원 폭이 상상외로 커질 수도 있다는 것.

철도청은 지난 1일 인터넷 등에 경력자 중심의 계약직 기관사 150명 채용공고를 냈다. 하지만 파면·해임자만 엄청날 것으로 추정돼 이 정도 신규 채용으로는 빈 공간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작년 2월의 철도파업 당시에는 노조가 파업 철회 전에 철도청과 ‘징계자 최소화’ 조항에 합의, 노조 집행부를 중심으로 파면 19명, 해임 2명, 정직(3개월) 1명 등 총 22명 규모로 중징계가 마무리됐었다.

( 이충일 기자 cile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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