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가 파업을 철회한 이후 현재 국회 건설교통상임위원회에 계류중인 "한국철도공사법"이 원안대로 통과되느냐 노조와의 정치적인 타협에 따라 손질되느냐가 큰 관심사다.

30일 노 대통령의 "파업마무리"언급과 노조지도부의 파업중단 가능성 시사등에 비추어 볼 때 이번에도 정부가 "노조봐주기"에 따라 핵심쟁점인 공무원신분유지여부 등에서 양보를 할지,원칙을 고수할지 주목되고있다.

만약 철도공사화의 핵심인 이 조항이 노조의 바램대로 손질 될 경우 철도노조의 파업철회는 "노조의 양보가 아닌 정부의 타협"으로 봐야한다.

철도노조가 파업을 푸는 대신 정부는 철도민영화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정치적인 타협을 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이때문에 철도파업이 조기종결되더라도 "한국철도공사법"이 어떤 내용으로 통과되느냐를 지켜봐야 참여정부의 노동정책이 철도파업을 계기로 변했는지 예전그대로인지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철도공사법은 철도노조가 요구중인 <>공무원연금 승계 수령 <>고속철도 건설부채 정부 인수 <>특수 형태의 공사설립 <>정부.노조.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공공철도이사회" 구성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철도노조의 이번 파업도 실제 다가올 공사화에 앞서 정부를 압박,공사법안 조정 과정에서 최대한 실리를 얻자는 데 있다는 분석이다.

철도산업구조개혁 관련된 3개법안중 "철도산업발전기본법" 및 "한국철도시설공단법" 등 2개 법안은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에 따라 철도청을 공사로 바꾸고 건설.시설관리 부문은 따로 "철도시설공단"을 만들어 맡긴다는 기본 구도는 완성된 상황이다.

철도노조는 우선 철도공사법에 정부가 철도청을 공사화해도 직원의 연금을 승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려하고 있다.

공사화가 된 뒤에도 연금에 관한 한 계속 공무원 신분을 유지하겠다는 요구다.

공사화가 되면 공무원연금이 아닌 국민연금을 적용받는데 공무원연금에 비해 여러 조건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은 퇴직 직전3년 평균소득의 76%를,국민연금은 가입기간 평균 소득의 60%를 지급한다.

공무원의 경우 소득이 최고점에 이를 때가 연금지급 기준이 된다.

공무원연금은 소득의 17%(절반은 국가 부담)를,국민연금 직장가입자는 소득의 9%(절반은 회사가 부담)를 보험료로 낸다.

보험료율 차이는 있지만 그래도 공무원연금이 유리하다.

공무원연금 최소 자격(연금보험료 20년 불입)을 못 갖춘 철도노조원들은 입사 연도에 따라 수천만원에서 최고 2억원까지 차이 나는 것으로 계산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공무원연금법의 기반을 흔드는 특례 요구"라며 "다른 업종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자세다.

다만 올 연말 국민연금법을 개정할 때 철도노조의 주장을 반영해 국민연금으로 승계시키는 방안은 검토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철도노조는 또 고속철도 부채 7조원을 정부가 전액 인수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철도공사나 공단이 부채를 떠안으면 이 부담 때문에 철도차량과 서비스 향상을 위한 투자가 어렵고 철도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부채를 정부가 인수하는 것은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수익자 부담원칙에도 어긋난다"며 반대하고 있다.

노조는 이와함께 철도운영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철도공사를 한국방송공사(KBS)와 같은 특수공사 형태로 설립해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특수공사 설립은 방송이나 금융법인 등과 같은 특수상황에만 허용되는 것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철도공사법"은 언제 통과될지,또 어떻게 수정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노조에 밀려 철도 민영화를 포기하면서 개혁 취지가 상당히 퇴색한 마당에 더 밀리면 구조개혁 자체가 의미없을 수 있다"며 "향후 협상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07/01 09:07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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