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거듭된 중징계 경고에도 불구, 철도노동자들이 파업대오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가 지난 29일 밤10시를 최종 업무복귀 시한으로 발표한 뒤에도 1만명 이상의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노조지침에 따라 사흘째 산개파업을 지속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설명=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28일 파업돌입 3시간만인 오전7시께 파업농성장인 연세대에 투입된 경찰을 피해 해산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철도노조)

"정부가 노조와 논의해 구조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한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고 말을 바꾼 데 조합원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서울 인근에서 산개파업 중인 함 아무개 씨(차량지부, 33)의 말이다.

함씨는 "난 아직 젊기 때문에 공무원연금 문제는 별 상관이 없다"면서 "정부가 철도정책을 무조건 힘으로 밀어붙이려고 하는데 파업참가의 가장 큰 이유가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28일 농성장에 투입된 경찰이 무리하게 진압하는 모습을 볼 땐 오기가 솟았다고 했다. 함씨는 7명의 조합원과 함께 노조집행부 지침에 끝까지 따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철도노조 지도부도 처음엔 산개파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조합원들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파업대오엔 별 다른 동요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거주지역이 서울인 조합원들도 7∼10명 정도로 짜여진 조별로 서울인근을 돌며 휴대폰과 이메일을 통해 노조지침을 확인하고 있다.
발전노조는 지난해 35일 동안 산개파업을 지속한 바 있다. 철도노조도 이번 산개파업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94년 기관사 파업 당시 공권력 투입 이후 5일간 산개파업을 벌인 경험이 있다.

이 아무개 씨(청량리기관사지부)는 "파업을 계속해도 법안철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기관사만의 파업을 두 번이나 벌일 정도로 결속력이 강한 기관사들의 특성상 노조지침과 달리 개별적 행동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종렬 서울지방본부 총무국장은 "정부가 법안처리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서 지난해 2월, 올해 4월 합의한 근로조건 개선이나 해고자 복직도 지키지 않을지 모른다는, 정부에 대한 불신과 배신감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이 국장은 "현정부가 다른 노조 파업 때는 대화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다 철도는 파업을 하자마자 강제 해산한 것에 대해 조합원들이 '우리는 호구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94년 6월 기관사 파업과 관련해 당시 102명이 파면, 해임, 정직의 중징계를 당하는 등 총 700여명이 징계를 받았으며 1,000여명이 전출됐다. 이번에도 중징계와 함께 미복귀자 대신 1일 신규채용을 공고하겠다는 정부의 초강경 입장을 조합원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앞서 조합원 함씨는 "4,000명 이상의 기관사와 1만명 이상이 파업에 참가하고 있는데, 이들 모두를 중징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정부가 '협박'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반면, 마산기관차지부 유시호 부지부장은 "중징계 방침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라며 "징계 문제와 연금 문제에 정부안만 제시된다면 국민과 노정 모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우선 업무복귀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게 기관사들의 정서"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 부지부장도 "정부가 노조와 대화 없이 계속 강경 대응한다면 본조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산개파업의 장기화 여부는 정부 태도에 달렸다는 얘기다.

송은정 기자(ssong@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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