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을 무조건 내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정부는 현실에 맞지도 않은 지급여력기준이란 허술한 잣대로 무리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어요. 노동자들이 직접 나서 회사를 살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회사를 죽이는 것만이 대안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부실금융기관으로 '낙인' 찍힌 회사를 살리기 위해 지난 2년 동안 하루도 마음 편할 날 없었던 대신생명노조 황근영 위원장이 가슴속에 간직했던 얘기다.
대신생명은 지난 2001년 대주주인 대신증권이 증자를 포기하면서 지급여력비율을 채우지 못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고 청산 등 회사가 벼랑 끝까지 몰렸으나 2년이 지난 오는 1일 녹십자생명으로 다시 태어난다. 대신노동자의 97.5%가 고용승계 됐다. 대주주마저 포기한 회사를 300여명의 대신생명 노동자들이 힘을 합쳐 살려낸 것이다.

"2000, 2001년 당시 정부의 구조조정 방침으로 10여개 보험사가 P&A, 청산 등으로 사라져갔어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 직원들이 대부분 포기하기 십상이지요.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었습니다."
대신생명노동자들은 자체로 매각추진위원회를 꾸려 본격적인 '회사 살리기'에 나섰다. 회생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노동자들이 직접 회사를 지킨다는 각오로 직원들은 금감위, 재경부, 인수 가능한 회사 등 발이 부르트도록 뛰었다. 결국 대신생명은 올 상반기 104억원의 흑자를 냈고 녹십자생명이 인수, 새 출발하기에 이른 것이다.

"지난해 봄 1차 매각이 무산되는 절망도 맛봤습니다. '부실기관'이어서 감수해야 하는 계약자들의 싸늘한 시선에 눈물을 삼킨 날도 많았죠. 이 모든 것을 참아내고 한마음으로 열심히 뛰어준 조합원들에게 무엇보다 고마움을 느낍니다."

황 위원장은 이제부터 노조가 가장 필요한 시점이라며 조합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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