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농민대회에 참석하려던 전국의 농민들이 20일 트럭 등을 몰고 상경하면서 도로 점거와 서행 시위 등을 벌여 전국의 고속도로와 국도가 일부 마비되는 등 극심한 몸살을 앓았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농민과 농 축협 조합원 등 1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전국 농민대회를 열고 국회에 한-칠레 FTA 비준안 처리반대를 촉구했다.

이날 대회는 당초 전국 97개 시 군에서 모두 1만여명이 차량을 몰고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경찰의 원천 봉쇄로 일부만 참석했다.

전농 진주농민회 소속 200여명은 오전 11시 반부터 경남 진주시 남해고속도로 문산 인터체인지(IC)와 인근 진주터널 주변에서 트럭 등 차량 150여대를 도로에 세워둔 채 농성을 벌여 상하행선 차량 통행이 오후까지 마비됐다.

대진고속도로 서진주 IC와 구마고속도로 창녕 IC, 88고속도로 거창 IC 등 경남지역 20여 곳에서도 고속도로 진입을 시도하는 농민들과 이를 저지하는 경찰이 대치, 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경남지역 농민 40여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전남 나주시 농민회 소속 50여명도 낮 12시경 전남 장성군 백양사 휴게소 인근 호남고속도로 상행선 1,2 차로에 차량 50여대를 세워둔 채 3시간 동안 경찰과 대치해 이 일대 교통이 마비됐다. 농민들은 이어 개별적으로 고속도로에 진입한 뒤 시속 50㎞로 운행하면서 '서행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전북 정읍과 김제시, 완주군 농민회 소속 농민 차량 300여대도 오전부터 호남고속도로 정읍과 서전주, 익산 톨게이트를 통해 고속도로에 진입한 뒤 시속 10~20㎞의 속도로 서행운행을 했다.

또 서해안고속도로 군산 톨게이트 부근 도로에서도 군산시 농민회 소속 농민 차량 50여대가 지체와 서행 운행을 반복해 일반 차량들이 거북이 운행을 했다.

전농 경북도연맹 산하 13개 시군 농민 1000여명도 오전 9시부터 화물차를 몰고 각 지역별로 경부고속도로 진입을 시도하며 산발적인 시위를 벌였다.

전농 충북연맹 소속 농민 40여명도 오전 11시 20분경 진천군 이월면 신월리 중부고속도로 진천IC입구(통영기점 286㎞)에서 상하행선을 점거하고 연좌농성을 벌여 통행이 30여분간 중단됐다.

진주=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