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병원이 국내병원 최초로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를 도입하기 위해 시험가동 중인 것과 관련, 보건의료노조가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ERP는 영업, 생산, 구매, 자재, 회계, 인사 등 병원 내 모든 업무를 컴퓨터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 통합관리하기 위한 정보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제조, 유통업 등에서 먼저 도입되기 시작했으며 국내 최초로 전북대병원에서 지난 2001년에 도입, 설명회 등을 거쳐 지난 4월부터 지금까지 3개월째 간호부를 중심으로 시험가동 중이다.

▶"돈벌이 전락…인권침해" 우려도= 전북대병원의 ERP시스템은 재무관리(FM), 원가분석(ABM), 환자와 직원의 모든 정보를 수치화해 통합 분석하는 정보관리(EDW), 핵심성과지표를 설정한 진료과별·부서별 직원 성과관리(BSC) 등 4대 영역으로 구성된다. 보건의료노조는 4대 영역 가운데 원가분석(ABM)과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와 유사한 정보관리(EDW) 부분을 특히 우려하고 있다. 노조는 "원가를 줄여 수익을 높이겠다는 원가분석 부분이 직원들간 경쟁을 유발하고 의사별, 부서별로 수익에 따라 서열화 시켜 환자를 상대로 돈벌이를 강요하게 된다"며 "또 정보관리는 정보통합기능을 강조하면서 직원들의 신상과 근무태도 등 모든 상황을 데이터화해 NEIS처럼 개인의 인권이 침해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북대병원지부에 따르면 원가 절감 때문에 물품을 아끼기 위해 현장에서는 수액주사 꽂는 반창고 제품도 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구입하고 수술환자 소독을 날마다 하던 것을 이틀에 한번씩, 시트도 매일 교체하던 것을 2∼3일에 한번씩 하는 등 의료서비스 질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것. 노조 김미애 정책부장은 "모든 진료와 처치가 수익성을 잣대로 행해지게 된다면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국립대 병원은 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며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병원에서 ERP를 도입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국립대병원지부 공동대응 모색= 노조는 ERP가 다른 국립대병원에도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노조 산하 9개 국립대병원지부는 공동대책위를 꾸려 올 임단협에서 ERP 도입 반대를 각 병원에 요구할 예정이며 전북대병원지부 문제도 공동으로 대처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ERP 도입 문제가 보건의료노조 올 임단협에서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로 부상할 전망이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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