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편집위원

노사관계에 뜨거운 계절이 시작되고 있다. 양대노총이 6월말부터 총력투쟁돌입을 선언한 가운데, 대형노조들의 연대투쟁이 본격화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불법 단체행동은 엄정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노정대립이 고조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노사관계에 대형태풍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일각에서는 신정부 노동정책이 기로에 서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주에 양대노총은 상반기 투쟁의 포문을 열었다. 민주노총은 6월25일 총력집중투쟁을 선언했고, 한국노총도 6월30일 총력투쟁을 선언한 상태다. 실제로 대형노조들의 연대투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부산, 대구, 인천 지하철노조가 주축이 된 궤도연대가 안전운행을 위한 1인승무 폐지 등을 요구하며 24일 연대파업 돌입을 선언했고, 금융노조도 조흥은행 매각반대를 주장하며 25일 파업에 돌입할 계획을 밝히고 나섰다. 여기에 전교조도 민주노총 집중투쟁에 앞선 오는 20일 연가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이런 궤도연대와 조흥은행노조, 전교조 등의 투쟁은 올 상반기 노동계 투쟁의 전초전의 성격을 띠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노조들의 투쟁에 이어 제조업 최대노조인 현대차노조가 6월말부터 투쟁에 돌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고, 금속노조가 7월초에 투쟁돌입을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 보건의료노조가 7월중순 투쟁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으로 볼 때 올해 노사관계는 6월하순부터 7월하순까지가 뜨거운 계절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렇다면 올해 노동계의 투쟁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것인가? 아직 정확한 예상을 하기는 이르지만 몇가지 특징은 찾아볼 수 있다. 먼저 올해 노동계 투쟁계획을 보면 최근 몇 년동안의 시기집중투쟁보다 투쟁참가노조의 규모가 더 크다는 점을 볼 수 있다. 주요 투쟁사업장도 여러 곳이고, 투쟁참가 범위도 넓은 편이다. 이는 올해 상반기 노사관계가 예년보다 뜨거울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두번째 특징은 양대노총이 집중투쟁을 선언하고 있긴 하지만 주요노조들의 투쟁이 각각 다른 쟁점들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궤도연대는 안전운행을 위한 1인승무 폐지를, 금융노조는 조흥은행 매각반대를, 현대차노조는 주5일근무제, 비정규직 처우개선, 경영참여 확대를 요구하는 등 각각 다른 요구를 하고 있다. 이는 이들 투쟁이 시기는 비슷하지만 하나의 투쟁흐름으로 묶이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세 번째 특징은 전초전의 성격을 띤 궤도연대, 조흥은행노조, 전교조 등의 투쟁이 대정부 요구투쟁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정부의 대응방향에 따라서 전초전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올해 상반기 노사관계에 또하나 주목해봐야 할 변수는 정부의 노동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최근들어 정부의 노동정책기조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신정부 들어서서 두산중공업, 철도, 화물연대 등의 분쟁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접근방식은 노동계의 요구를 부분적으로 수용하면서 분쟁을 조기에 해결하는 방식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정부 내에서는 이와 다른 흐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정책조정회의에서는 노사분쟁에 대해 교섭을 통해 대화로 해결하도록 지원하되 불법파업이 발생할 경우 공권력을 동원하는 등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의 노동정책기조가 바뀌는 것인가? 현재로서는 어느정도 조정될 가능성은 있다고 봐야할 것 같다. 이와 관련해서는 일차적으로 불법파업에 대한 정부의 개입방식과 직권중재제도 운영방안 등 그동안 정부가 내놓았던 개혁방안들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정부는 불법파업이라도 단순 노무거부 등에 대해서는 공권력개입을 가능한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 원칙이 어느정도 지켜지느냐는 노동정책기조변화의 일차 시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번 노동계 투쟁의 전초전이 될 궤도연대와 조흥은행노조, 전교조 등이 투쟁에 돌입할 경우 불법파업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에 대해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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