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24일 발표한 인권법안은 시민단체가 주장해온 '국가기구화'에는 못미치지만 '강력한' 인권위원회의 출범을 예고한다.

1998년 9월 법무부가 발표한 인권법 시안에는 인권위원회를 독립법인으로 하되 그 구성을 전적으로 대통령. 법무부에 맡겨 법무부의 산하기관 성격이 짙었다.

이 때문에 법조계와 시민단체는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를 감시하고 구제하는 기관이 법무부의 간섭을 받는다면 제대로 활동할 수 없을 것"이라며 반발해 왔다.

법무부는 "이번 인권법안에서는 인권위원회를 비정부조직(비법인)으로하고 국가예산을 사용하더라도 법무부의 예산조정을 거치지 않는 등 명실상부한 독립기구로 위상을 높였다" 고 말했다.

실제로 인권위원은 3년의 임기가 보장되고 공무원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민간 전문가를 수시로 영입할 수 있는 등 정부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게 했다.

또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뿐 아니라 정신병원과 요양원 등 사회복지시설과 민간법인까지 감시하도록 해 활동범위를 넓혔다.

그러나 논란이 됐던 인권위원회의 수사권 보유 문제와 관련, 조사 업무는 하되 구속력을 가진 결정권한은 주지 않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유엔 권고안에도 '인권위원회는 결코 사법부를 대체할 수 없고 보충할 뿐이며 최종 관할은 법원이 한다' 고 명시돼 있다" 고 말했다.

특히 시민이 진정한 사실이 발생한 날로부터 1년 이상 된 사안은 각하토록 한 당초 방침을 바꿔 1년이 지났더라도 인권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예외적으로 조사할 수 있도록 해 과거사 청산 기능도 수행할 수 있게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까지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상황을 고려, 과거사 청산 권한도 부여하게 된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계와 시민단체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인권위의 예산을 법무부를 거쳐 기획예산처에 제출토록 한 점▶대통령에게 인사와 예산의 권한을 모두 위임한 점 등이 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용환 변호사는 "인권위원 임명 과정에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하는 등 투명성이 보장돼야 국가기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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