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부산공장에서 노사협의회 근로자 위원을 비롯한 4명의 직원이 노사협의회 위원장 선거에 사측이 개입했다며 차량을 동원해 항의하다가 화재가 발생,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5일 삼성SDI 부산공장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장 선거가 끝난 직후인 오전 10시30분께 노사협의회 위원인 양 아무개, 임 아무개 씨와 과장급인 박 아무개 씨, 문 아무개 씨가 두 대의 차량에 시너를 실은 채 회사 1층 총무과 로비로 돌진하다가 차량에 화재가 발생했다. 사건 직후 박씨, 임씨는 얼굴, 팔다리 등에 2∼3도의 화상을 입고 각각 병원에 입원했으며,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알려진 문씨는 병원치료 뒤 6일 경찰에 연행됐다. 또 양씨는 사고 직후 회사 경비원들의 폭행을 피해 도망갔다가 8일 현재 안전한 곳에 피신 중이라고 삼성일반노조는 밝혔다.

노조는 "이들이 총무과 로비로 돌진한 뒤 차량에 시너를 붓기 위해 멈추기만 했을 뿐 네 사람은 서로 불을 붙이지 않은 것으로 진술했다"고 설명해 정확한 발화원인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들 네 사람은 이날 오전 노사협의회 선거가 끝난 뒤 회사가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며 이에 항의하기 위해 차량돌진 시위를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회사의 선거개입과 7월 예정된 구조조정에 대해 분노와 우려를 느꼈던 이들이 다른 직원들에게 선전할 목적으로 다소 충동적인 행동을 했다"며 "일부 언론보도처럼 방화나 자살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이날 사건에 대해 삼성 SDI 측은 "노사협의회 선거에 개입한 사실은 없으며 위원장 선거에서 자신들이 지지한 후보가 낙선하자 흥분해 저지른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삼성일반노조는 "네 사람은 노사협위원장 후보들을 모두 어용이라고 비판했다"며 "특정후보의 낙선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박씨의 경우 지난 2000년 노사협의회 위원으로 당선됐으나 사측이 승진시험도 없이 과장급으로 승진시킨 데 대해 강성 위원들을 노사협의회에서 배제시키려는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고 노조는 전했다.

박씨 등이 입원한 병원에 병력을 배치한 경찰은 이들의 방화여부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며 삼성일반노조, 민주노총 울산본부, 삼성해복투 등은 공동대책위를 만들어 경찰조사와 부상자 치료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김학태 기자(tae@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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